각 팀들의 희비가 엇갈린 한바탕 지명이 끝났다. 숱한 화제를 남긴 2차 드래프트는 ‘잘 쓰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거품을 제어할 하나의 수단이 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KBO 10개 구단은 22일 2017년도 2차 드래프트 지명을 실시했다. 넥센이 3장, 두산이 1장의 지명권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총 26명의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예년에 비해 즉시전력감이 많이 나왔다는 평가로, 팬들의 예상 밖에 있던 선수들이 시장에 나와 타 팀의 선택을 받으며 화제를 일으켰다. 지명되지 않은 고액연봉자들을 합치면 제법 많은 즉시전력감이 나왔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KBO 2차 드래프트는 올해부터 1~2년차 선수들이 자동보호된 대신, 군 보류 선수들이 자동보호에서 풀렸다. 한 팀이 내줄 수 있는 인원은 기존 5명에서 4명으로 제한했다. 올해 4월 2차 드래프트 규정이 바뀌면서 생긴 변화다. 2차 드래프트 본질에 좀 더 다가간 룰 개정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좀 더 현실적이고, 과감하게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보호선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꾸준히 나온다. 당초 올해도 보호선수를 40명에서 35명으로 줄이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기존 안을 유지했다. 물론 40명을 묶어도 팀마다 쓸 만한 선수들은 몇몇 나온다. 그러나 1군에서 확실히 통한다는 보장을 가진 선수는 몇 없다. 이에 보호선수를 30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진짜 쓸 만한 선수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각 팀의 1군 엔트리는 현행 27명이다. 여기에 팀이 핵심적으로 키우는 유망주들을 생각해야 한다. 보호선수를 30명으로 제한하면 2차 드래프트에는 1군에 들어갈 만한 선수들이 더 많이 나온다. 각 팀마다 전력은 균일하지 않다. 투수가 좋은 팀은 상대적으로 투수가 더 많이 나올 것이고, 그 반대는 반대가 된다. 좋은 기량을 가졌지만 기회가 없었던 선수들의 새 기회를 열어주자는 취지에 더 부합할 수 있다.
물론 부작용을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 자칫 잘못 “일단 지명하고 보자”는 묻지마 드래프트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보상금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고, 1군 등록 의무조항을 넣어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의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1군 등록 의무조항은 MLB의 룰5드래프트와 KBO의 2차 드래프트를 나누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꼭 필요한 선수라면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1군에서 쓰자는 의미다. 그 정도 가치가 없다면 지명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구단도 신중해지고, 그래야 선수도 산다.
만약 이런 제도가 좀 더 정착된다면, 각 팀들은 수준급 선수들을 2년에 한 번씩 충원할 수 있다. 이는 ‘거품’이 많다고 지적되는 FA 시장의 인플레를 잡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특급 스타들을 잡을 수는 없는 제도라 대형 FA 계약은 계속 터질 것이다. 그래도 사용하기에 따라 전력을 쏠쏠하게 보강할 수 있기에 각 구단의 전략이 달라진다.
FA 등급제는 등급제대로 시행하고, 2차 드래프트까지 정비를 잘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선수들의 권익에도 유익하다. 보상 규정에 발목이 잡혔던 FA들, 그리고 기회를 얻지 못해 좌절했던 선수들을 상당수 구제할 수 있다. 대다수의 선수들을 대변해야 할 선수협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KBO 이사회에서도 내년에는 FA 등급제를 논의한다는 계획이고, 내후년에는 2차 드래프트에 대한 새로운 규정 개정이 시도될 것으로 보이는 점은 다행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