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배트에 맞혀야 결과가 나옵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3일부터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마무리캠프에서는 낯선 얼굴의 일본인이 함께 하고 있다. 바로 고토 코지 전 요미우리 자이언츠 타격코치로, 현재 타격 인스트럭터로 두산의 훈련을 돕고 있다.
고토 인스트럭터는 일본 요미우리 타격코치 뿐 아니라 미국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도 코치 생활을 했고, 또 일본 독립야구단의 지도자를 한 경험까지 있다. 한국에서의 지도자 경험은 없지만, 고토 인스트럭터는 현역 시절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어오며 관심을 가져왔다.
2005년 요미우리에서 은퇴한 고토 인스트럭터는 현역 시절 정민철, 정민태, 조성민 등과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 야구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고토 인스트럭터는 "모투 투수였지만,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었다"라며 "한국의 뛰어난 수준을 알 수 있게 해준 선수"라고 회상했다.
이어서 고토 인스트럭터는 "20년 전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야구 수준이 높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매년 마무리캠프에 오는 구단을 비롯해 국제 대회를 지켜보니 한국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한국 프로야구에 관심이 있었는데, 마침 요미우리 불펜포수와 두산이 인연이 있어서 두산과 연결이 됐다"고 두산과 인연을 맺은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과 미국 야구를 모두 경험한 만큼 고토 인스트럭터는 두 나라의 장점을 녹여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고토 인스트럭터는 "정확성은 일본, 파워는 미국이 좋다. 한국은 두 가지 모두를 갖췄다"라며 "배팅볼을 직접 던지면서 보니 한국 타자들은 치는 순간 임펙트가 일본보다 좋은 것 같다. 현재 미국에서 강조하는 것이 타석에서의 정신적인 부분인데, 한국 선수들에게도 이 부분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토 인스트럭터의 통역은 "항상 이야기하시는 것이 '타석에 들어서고 싶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신다. 그만큼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고토 인스트럭터의 육성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타격폼에 집착하기보다는 일단 공에 맞힌 뒤 임펙트 순간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 고토 인스트럭터의 주문이기도 하다.
고토 인스트럭터는 "폼을 바꾸기 보다는 선수들이 각자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있다"라며 "많은 선수들이 폼에 집착한다. 그런데 방망이를 맞혀야만 결과가 나오는 만큼, 치는 데 집중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맞춤형 교육'의 반응은 좋았다. 선수들은 먼저 고토 인스트럭터에게 다가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물었다. 고토 인스트럭터는 직접 배트를 들고, 시범을 보여가며 선수들의 질문에 답했다. 김태형 감독도 "많은 지식이 있고, 선수들도 많은 것을 물어보고 배우려고 한다"며 흐뭇했다.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를 마치고 곧바로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장승현 역시 "선수마다 약점이나 고칠 부분이 다 다른데, 개인에게 맞는 방법으로 하나씩 알려주신다. 또 정말 친절하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고토 인스트럭터는 두산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대해서 높게 평가했다. 이번 마무리캠프에는 1군 주전 선수보다는 주로 백업이나 2군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다. 고토 인스트럭터는 "아직 1군 정예 선수들을 많이 못 봤지만, 두산에는 잠재력 있는 선수가 참 많은 것 같다"라며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또 배우고자 하는 마음도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이어서 "코치들 역시 서로의 소통이 매우 잘되는 것 같다. 서로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코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정보를 적절하게 주고 받고 있다"고 팀 분위기를 전했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