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호 PD의 섬세한 연출은 드라마의 분위기가 바뀌어도 변함없었다.
지난 22일 신원호 PD의 신작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첫 방송된 가운데, 드라마를 향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는 갈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전작 '응답하라' 시리즈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1회부터 증명됐다. '응답'이 풋풋한 첫사랑과 친구들의 우정, 따뜻한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었던 반면, '감빵생활'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블랙코미디와 반전 등이 하나, 둘 등장해 총 90분 분량임에도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이어 신원호 PD의 캐릭터 설정도 돋보였다. 주연 야구선수 김제혁 캐릭터는 평소에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고 절제의 미가 드러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확 돌변해 놀라움을 안겼다. '응답' 시리즈를 대표하는 캐릭터 성동일은 돈을 요구하는 악질 교도관 조주임으로 분해 최고의 반전을 선사했다.
교도소 내 등장 인물의 이름도 평범함을 거부했다. 김제혁과 교도소 생활을 함께하는 주요 캐릭터임에도 '재벌 2세 김00'이 아닌 그냥 재벌 2세였다. 이외에도 법자, 명교수, 건달, 똘마니 등 캐릭터 특징을 그대로 이름처럼 사용해 더욱 눈에 띄었다.
또한, 과거 회상 장면인 2005년을 보여주면서 지나가는 자동차와 세트 등을 실감나게 연출했고, 드라마 속 가장 중요한 공간인 교도소 내부는 현직 교도관이 "현실과 작은 부분까지 정말 비슷하다. 진짜 노력한 것 같다"라는 글을 남길 정도로 정교하게 표현됐다. '신원호+디테일=신테일'이라는 별명이 이번에도 아깝지 않았다.
드라마 후반부 야구선수 제혁(박해수 분)과 엘리트 교도관 준호(정경호 분)가 과거 절친이었고, 교통사고로 운명이 갈린 사연이 등장해 숨겨진 스토리가 또 있지 않을까 궁금케 했다. 이미 신원호 PD는 전작에서 복선과 디테일의 끝을 보여줬기에, '감빵생활'에서는 또 어떤 '발견의 재미'를 선사할지 기대되고 있다./hsjssu@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