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렬 대표팀 감독의 데뷔 무대는 아쉬움 속에 끝났다. 그러나 대회 기간 중 모든 선수를 활용하겠다는 초심은 지켰다.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선 감독의 의지가 엿보였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0-7로 영봉패 수모를 당했다. 무엇보다 타선이 상대 선발 다구치를 전혀 공략하지 못하는 등 한 점도 내지 못해 끌려갔다. 무려 볼넷을 7개나 기록한 마운드도 일본 타선의 기에 눌렸다. 수비에서도 잔실수가 나오는 등 경기력 전반에서 일본을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결과보다는 과정, 그리고 경험에 의의가 있는 대회였다. 당초 대회 목표도 “젊은 선수들에게 큰 무대 경험을 쌓게 한다”는 것이었다. 일본 야구의 상징인 도쿄돔에서 선수들이 뛰어보고, 느끼는 것을 한국으로 가져가면 그만이라는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런 큰 그림이었다.
선 감독도 대회 시작 전 “이번에 데려간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했다. 비록 최대 세 경기밖에 되지 않아 선수들을 모두 활용하기 쉽지 않았지만, 기껏 뽑아갔는데 벤치만 앉아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선 감독은 대만과의 경기까지 대다수의 선수를 활용했고, 마지막 결승전에서도 박세웅 심재민 김명신 김대현 장승현을 차례로 투입하며 엔트리 모두를 활용했다.
사실 승부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단이기도 했다. 4회 박세웅이 선취점을 내주자 곧바로 심재민과 김명신을 차례로 투입했다. 두 선수는 필승조 요원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웠고, 승부처에서는 좀 더 믿을 만한 투수를 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김대현도 6회 마운드에 올라왔고, 비록 흔들려 실점까지 했으나 1이닝을 모두 소화하도록 했다. 백업 포수 장승현도 8회 포수 마스크를 쓰고 대회의 마지막을 지켰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으나 대표팀에 참가한 선수들은 값진 경험을 얻었다. 도쿄돔이라는 압도적 스케일의 경기장에서 원정 팬들 앞에서 뛰었다. 향후 국제대회에서 도쿄돔을 쓸 일이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좋은 예방주사를 맞은 셈이다. 당초 계획했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대표팀은 이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돔(일본)=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