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지난 16일 정재찬(이종석 분)과 남홍주(배수지 분)가 1년 뒤 결혼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결말을 그려내며 종영됐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누군가에게 닥칠 불행한 사건 사고를 꿈으로 미리 볼 수 있는 여자 남홍주와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검사 정재찬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로맨스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등을 집필한 박혜련 작가와 이종석, 배수지가 의기투합해 제작 단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관계로 지난 7월 모든 촬영을 마쳤다. 워낙 필력 좋은 박혜련 작가와 작품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이종석이기에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던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시청률이 크게 좋지는 않았지만, 화제성만큼은 타 드라마를 압도했다.
그리고 이종석, 배수지만큼 악역을 맡았던 이상엽과 다크호스로 맹활약을 했던 정해인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 이유범(이상엽 분)은 정재찬, 남홍주 등과 악연으로 얽힌 사이. 어린 재찬의 과외교사이기도 했던 유범은 과거 재찬의 성적 조작은 물론, 자신이 낸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재찬에게 뒤집어씌웠다.
변호사가 된 그는 검사 시절 사건 증거를 조작하는 과오를 감추기 위해 더 큰 악행을 저질렀고, 급기야 마지막회에서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담동(김원해 분)을 자신의 차로 치여 죽이기까지 했다. 이상엽은 이런 이유범의 불안한 심리 상태, 한 순간에 얼굴색을 바꾸는 소름돋는 이중성 등을 너무나 훌륭하게 연기해내 시청자들의 분노 유발을 일으키는 동시에 극찬을 얻었다.
정해인은 한우탁 역을 맡아 또 하나의 긴장감을 형성했다. 비밀이 많은 캐릭터로 알려진 한우탁은 정재찬, 남홍주와 마찬가지로 예지몽을 꾸는 인물. 그는 자신들이 왜 예지몽을 꾸게 도는지, 그 법칙을 알아내는 동시에 사건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며 극적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또 남홍주를 짝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던 한우탁은 단 한번의 포옹신과 그림자신을 통해 애틋함을 배가시켰다. 적록색약이라는 자신의 단점을 법정에서 숨기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정의로움과 뒤늦게 눈물을 흘리며 진심을 고백하는 모습 등은 정해인의 탄탄한 연기 내공 덕분에 더욱 빛이 났다는 평가다. "가장 많이 각인 될 것"이라고 했던 오충환 PD의 믿음이 맞았다는 것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게 한 정해인이었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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