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BC] '감독 3년 전쟁' 선동렬-이나바, 시작부터 불꽃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16 23: 46

나란히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두 사령탑의 첫 대결은 승부치기 끝에 이나바 아츠노리(45)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양팀 사령탑의 추구하는 색깔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던 가운데 선 감독도 예전과는 다른 스타일로 팀을 이끌었다.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7-8로 역전패했다. 선동렬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 데뷔전에서 다소 아쉬운 성과를 냈다. 공격은 기대 이상이었지만 불펜이 버티지 못했다. 
선 감독과 이나바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의 임기를 보장받고 올해 나란히 취임했다. 이나바 감독은 지도력 논란에 휩싸인 고쿠보 히로키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았다. 선 감독은 사실상의 야구대표팀 첫 전임감독이다. 두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는 만 24세 이하, 3년차 이하의 선수가 주축이다. 애초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주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때문에 완벽한 A급 대표팀은 아니다. 그러나 향후 주축이 될 선수들임은 분명하고, 올림픽이 3년 뒤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중을 가진다.
선 감독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불세출의 투수 출신이다. 반대로 이나바 감독은 성실함이 돋보였던 야수 출신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 감독은 이나바 감독에 대해 “항상 성실했던 선수였다. 말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지만 행동으로 동료들을 끌어당기는 리더의 기질이 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어떤 색깔을 보여주느냐도 관심거리였는데 몇 차례 지략 대결을 주고받기도 했다. 일본은 시작부터 도루를 시도하는 등 활발한 기동력 야구를 추구했다. 이에 맞서 선 감독도 페이크번트 앤 슬래시 작전을 걸어 성공시키는 등 전혀 밀리지 않았다.
백미는 승부치기였다. 한국은 4-3으로 앞선 9회 마무리 김윤동이 흔들리며 동점을 내줘 경기가 연장으로 돌입했다. 한국이 다소 불리했다. 한국은 9회 공격이 4번 김하성에서 끝났다. 반면 일본은 3번에서 끝난 상황이라 그나마 조금 유리했다. 
선 감독은 번트라는 일반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선 감독은 삼성과 KIA 감독 시절 번트로 대변되는 ‘스몰볼’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강공으로 밀어붙였다. 최원준은 초구와 2구에서 번트 자세를 취했으나 강공으로 전환했다. 애당초 번트가 선택지가 아니었던 셈. 최원준이 우익수 뜬공에 머물렀지만 류지혁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쳐 1점을 벌었다. 이어진 1사 2,3루에서 하주석이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치며 다시 2점을 도망갔다.
3점을 뺏기는 과정에서 투수교체 미스를 범한 이나바 감독은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2명의 주자가 모두 들어와도 이기기 못하기에 강공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디. 여기서 우에바야시가 중월 3점 홈런을 쳐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여기서 2사 1루에서 과감하게 도루를 성공시키는 배짱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도루는 결국 끝내기 안타로 이어졌다. 
이날은 이나바 감독이 웃었지만, 아직 대회 최종 승자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1·2위 팀이 오는 19일 결승전을 벌인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대만을 꺾는다면 19일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재대결 가능성이 남은 셈이다.
향후 2018년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 등에서 계속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흥미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나바 감독은 대회 시작 전 “한국은 올림픽에서 라이벌이 될 팀”이라면서 필승을 다짐했는데 선 감독이 반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도쿄돔=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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