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루 수비 병행’ 조용호, 멀티 플레이어 도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16 14: 00

SK의 리드오프 가능성을 내비친 조용호(28)의 공식 프로필에는 ‘외야수’라는 분류가 달려 있다. 그러나 올해 가고시마 캠프에서 외야 수비 훈련을 하는 조용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박계원 코치와 내야 수비에 전념하고 있다.
SK가 조용호의 2루수 변신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야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내야 자원이 한정되어 있는 팀 사정에 맞춘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조용호는 “캠프에 와서는 내야 수비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내야가 아주 낯선 영역은 아니다. 조용호는 “고등학교 때까지 유격수를 했었고, 대학 당시 유격수와 2루수를 봤었다”고 설명했다. 원래 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조용호는 “캠프에서 실전 경기는 없어서 연습만 하고 있어서 그런지 외야에 나가 있는 것보다는 편하긴 하다. 훈련은 똑같이 다하고 있다”라면서 “어색하긴 했는데 처음 왔을 때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다”고 훈련 과정을 이야기했다. 아직 2루 전향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조용호가 2루까지 소화할 수 있다면 SK의 선수기용 활용폭도 넓어진다. 가고시마 캠프가 선수에게나, 구단에나 중요한 이유다.

조용호의 활용폭을 넓히려는 노력은, 그만큼 구단이 조용호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실제 조용호는 거포로 대변되는 SK의 라인업에 잘 없는 유형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조용호는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끈질긴 유형으로 지난해 가고시마 캠프 당시부터 코칭스태프의 호평을 받았다. 이는 1군 데뷔로 이어졌다. 69경기에 나가 타율 2할7푼2리를 기록했다. 타율보다 훨씬 높은 출루율 3할6푼5리는 조용호에 대한 구단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다만 전·후반기가 차이가 났다. 부상 때문이었다. 지난해 상무·경찰야구단이 주축이 된 윈터캠프에 차출된 조용호는 경기를 하다 손을 다쳐 시즌 출발이 늦었다. 전반기 37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6월 8일 넥센전에서 주루 플레이 도중 허벅지 안쪽을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결국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후반기 32경기에서는 타율 2할2푼6리에 그쳤다.
조용호도 올해를 돌아보며 가장 후회됐던 것으로 성급함을 뽑았다. 조용호는 “부상 후 너무 조급하게 1군에 올라왔다. 정상에 비해 30% 정도 상태밖에 되지 않는데 괜찮다고 했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없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무리를 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전반기에 어느 정도 해놓은 게 있었는데 후반기에 다 까먹은 것 같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 조용호는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1군의 벽이 높다는 것은 못 느꼈다. ‘하면 할 수 있겠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던 시즌”이라고 2017년의 긍정적인 면을 뽑았다. 예전에는 마냥 1군의 벽이 크게 느껴졌지만, 부딪혀보면서 느낀 점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부족했던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도 실감했다. 조용호는 “수비를 못해서 넘어간 게임이 있었다. 수비 실책이 꼭 타이트할 때 나왔다. 투수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감독님한테도 죄송했다”면서 더 나은 모습을 약속했다.
그래서 수비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하루에 수비 프로그램만 네 턴을 돌아갈 정도로 강훈련이다. 내야로 돌아온 것이 설렌다는 조용호는 “내야 수비를 하는 것도 프로에서는 첫 시도다. 재밌는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수비에 7, 타격에 3 정도로 캠프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금 어색한 부분도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질 것이라는 게 조용호의 생각이다.
조용호도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다. 조용호는 “외야와 내야를 오가는 선수들은 거의 다 백업이더라”고 말했다. 멀티플레이어라고 칭찬받기는 하지만, 정작 선수로서는 만족할 수 없는 출전 시간을 얻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조용호는 이를 이겨내겠다는 각오다.
조용호는 “백업을 하려고 야구를 하는 선수는 없다. 최대한 이겨내겠다”면서 톱타자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면서 “공격은 어디가 아프지 않으면 괜찮을 것 같다. 내년에도 1군에 있는다면 최대한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히고 출루를 목표로 삼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조용호의 힘찬 도전이 가고시마 캠프에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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