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리그 수준 저하-오버페이' kt 옭아매는 이중잣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16 05: 50

# "kt가 올라와야 KBO리그가 더 재밌어질 텐데…. 해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겨우내 투자를 너무 안 했다".
지난 7월, kt위즈파크를 찾았던 한 해설위원의 이야기다.
kt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조범현 감독과 결별한 뒤 김진욱 감독을 데려왔다. 김 감독은 "지난해보다 20승 더한다는 마음으로 팀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오히려 시즌 50승94패, 승률 3할4푼7리로 지난해(53승89패2무, 승률 3할7푼3리)보다 떨어졌다. 특히 6~7월 두 달 간 8승36패, 승률 1할8푼2리에 그쳤다. 7월 kt의 경기력을 보고 던진 해설위원의 비판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3년 연속 최하위이자 창단 후 최저 승률. 그나마도 9월 이후 24경기서 5할 승률을 맞췄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올해 kt의 부진은 스토브리그에서 결정됐다는 분석도 있다. kt는 올 시즌 앞두고 마땅한 외부 수혈이 없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팀답지 않은 행보였다. 움직임은 있었으나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조각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물론 투자가 없었던 건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데 추가된 자원이 없으니 성적 향상도 쉽지 않았다.
팬들은 올 시즌 kt를 두고 '그동안 투자에 인색했던 결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심지어는 역시 신생팀이었던 NC와 비교, 'kt 때문에 리그 수준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 "수원 팬들은 야구에 대한 갈증이 크다. 좋은 선수를 데려왔을 때 관중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팀 중심을 잡아주며 지역팬을 유입시킬 선수가 필요했다".
지난 13일, 프리에이전트(FA) 황재균을 4년 88억 원에 영입한 직후 임종택 kt 단장의 설명이다.
막상 팬들의 여론은 곱지 않다. 적지 않은 팬들은 "오버페이 아닌가. 메이저리그 1할타자가 어떻게 88억 원을 받느냐"고 꼬집고 있다. 황재균과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댓글은 비난 일색이다. kt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성적 향상과 더불어 '인색한 구단' 이미지 탈피를 기대하며 과감히 내지른 상황. 하지만 정작 투자를 하니 오버페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황재균에게 88억 원이 적당하지 않다는 비판. 아이러니한 건, 88억 원이 오버페이라는 시각과 축소발표 의혹이 함께 나온다는 점이다.
김진욱 감독 생각은 달랐다. 김 감독은 "우리 팀과 시장 사정 모두 생각해야 한다. kt에는 마땅한 주전 3루수가 없었다. 반면 시장에서 데려올 만한 3루수는 황재균 뿐이었다. 자연히 몸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공급이 없는 시장에서 수요가 이어지니 값이 오른 것.
2017시즌 3루수 OPS(출루율+장타율) 0.664로 리그 9위였던 kt가 핫 코너 보강에 나서는 건 당연한 결정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외야보다 3루가 급하다고 판단한 이유다. kt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 성적이 나오지 않은 팀들은 입버릇처럼 '리빌딩'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kt는 앞선 3년간 완벽한 '빌딩'에 실패했다. 경험 적은 선수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필수적이다. 올 시즌 박경수와 유한준이 동반 슬럼프에 빠지자 윤석민이 그 짐을 혼자 짊어졌다. 중심 타자의 가세로 이들 모두의 부담을 덜며 유망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 "해준 게 얼만데".
FA 시장이 열리면 매년 갑론을박의 장도 함께 펼쳐진다. 팬들은 선수 영입을 두고 여러 근거를 들어가며 토론한다. 특정 선수의 기여도를 두고 필요성을 따지는 경우도 있지만, FA는 과거가 아닌 미래에 대한 투자다. 구단에서 주판알을 튕길 때 이 선수가 '해준 게 얼만데'라는 가치보다는 '해줄 게 얼마쯤일까'를 따지는 게 현명한 이유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에서 철저히 쓴맛을 봤지만 국내에서 머물던 지난해까지 타격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킨 바 있다. 특히 2016시즌에는 127경기에 나서 타율 3할3푼5리, 27홈런, 113타점으로 '커리어 하이'시즌을 보냈다. 거기에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4년 연속 전 경기에 출장한 내구성도 끄떡없다.
플레이(주로 부정적인) 하나에 팬들의 이목이 뒤따를 것이다. 그걸 견디는 건 황재균과 kt의 몫이다. 고액 FA를 향해 시선이 가는 건 당연하다. 지난해 최형우(KIA)가 그랬고 그 전 시즌 박석민(NC)도 마찬가지였다. 올 시즌 팀 우승을 이끈 최형우에게 '이 맛에 현질한다'는 찬사가 쏟아진 것도, 부진했던 박석민에게 비난 목소리가 나온 것도 같은 이유다.
'투자를 안 해 리그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은 이제 '오버페이로 시장을 흔든다'로 낯빛을 바꿨다. 중요한 사실, 황재균은 아직 kt위즈파크를 밟지 않았다. 그를 향한 투자 결과는 4년이 지난 뒤에야 분명해질 것이다. /kt 담당 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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