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범죄도시' 정형석 "윤계상, 소모되지 않은 매력多 작품하고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1.18 18: 13

(인터뷰①에 이어)정 감독은 ‘범죄도시’에 배우로서 참여한 계기에 대해 “강윤성 감독과 17년 친구다. 지금까지 고생했던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제가 가끔 보고 피드백을 주기도 했는데, 마땅히 제가 할 역할은 없고 품앗이 하는 셈치고 출연했다(웃음). 잠깐 나오는 역할이었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범죄도시’에서 이수파 두목 장이수(박지환 분) 어머니의 회갑연 사회자로 등장했다. 비록 깜짝 출연하긴 했지만 이 영화의 흥행 비결은 강윤성 감독의 뚝심이라고 평가했다.
“요즘에는 기획, 제작, 투자자들의 입김이 세지다 보니 영화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흥행의 조건을 모르는 게 아니라 그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많은 게 문제다. 그것들을 다 빼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영화를 모르는 투자자들이 관여를 하면 산으로 간다”고 지적하며 “‘범죄도시’를 통해 감독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강윤성 감독이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대로 잘 찍었다. 일단 영화를 굉장히 잘 만들었다.”

정 감독은 김윤석을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꼽았다. “김윤석과 같이 영화 두 편을 했었는데 스타 의식이 전혀 없다. 기질 자체가 스타의식이 없더라”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마인드가 있다 보니 소위 말해 떴을 때도 사이즈가 작은 영화에 출연하더라. 스타로서의 인기를 추구한다면 소속사와 상의해 이것저것 잴 텐데 가끔 엉뚱한 작품을 하는 걸 보니 자기 취향이 명확한 것 같다”고 평가를 내렸다.
작품에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상업 영화든, 저예산 영화든 그런 부분을 따지지 않는다면 저는 윤계상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 기존의 배우들과 달리 윤계상은 아직 소모되지 않은 매력이 많다. 만들어갈 게 많다고 할까. 상업적이지 않다면 그 배우와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해서 만들어가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캐스팅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 정형석 감독은 “공통적인 부분은 배우의 목소리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다보니 보고 듣는 것에 안정감과 신뢰감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장르에 맞는 이미지, 좋은 보이스가 있다”며 “차이점은 영화는 이미지를 보고 공연은 배우의 인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2~3개월씩 같이 생활하려면 성격이 중요하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성이 나쁘면 융합이 안 된다. 영화는 시간이 부족하니 그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유대감이 있어야 현장에서도 적응이 쉽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연출과 연기를 병행하며 도움을 받는 부분은 있다. 연기자로서 감독을 이해하고, 감독으로서 배우들의 잠재된 연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제가 남들처럼 연출자로 시작해서 올라온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은 분명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끄집어내는 건 다른 사람보다 잘 할 수 있다. 또 배우를 고르는 눈도 있다”고 자신했다.
“배우로서 행복도 물론 있었다. 30대에 갑자기 그만둔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중적 인기를 얻는 선배가 있는가 하면, 저희끼리 봤을 때, 실력이 좋아도 뜨지 못하는 배우들이 더 많았다. 어깨가 축 처진 뒷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금 젊으니 인기도 얻겠지만 40~50대가 됐을 때 잘 풀리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나만의 무언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다보니 글쓰기였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배우의 길은 어려울 수 있으니 다른 공부를 하라는 말을 한다. 지금은 그때의 선택이 옳았다고 본다. 여유가 생겼다.”
그는 섬세한 연출로 감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증명했다. 영화 ‘여수 밤바다’(2016)를 연출한 정 감독은 올해 열린 제38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제26회 거창국제연극제(2014)에서 남자 연기대상을, 1997년 영진공 시나리오 창작상 단편영화 각본부문 최우수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지금은 거창한 것보다 정말 원하는 삶을 살자는 생각이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게 진짜 어렵고 힘들다. 그것에 맞는 노력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실력이 있어야 한다. 재능이 없으면 빨리 포기하고, 있다면 즐겁게 도전하면 된다. 엔딩이 거대한 건 아니고 계속 열심히 살자는 거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리나라는 연극계든, 영화계든 보수적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연출, 연기를 병행하는 풍토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일단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개인적으로 편견을 깨고 싶은 게 있다. 양익준 감독, 방은진 감독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purplish@osen.co.kr
[사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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