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지상주의, 성적지상주의.'
한국 사회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알맹이보다 결과와 성적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잖다. 한국 축구도 다르지 않다. 당장 어린 아이들이 뛰노는 학원 축구부터 내용과 과정을 간과한다. 프로 감독들의 목숨은 성적과 결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 랭킹 62위)이 큰 고비를 넘겼다. 지난 10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13위)와 평가전을 2-1 승리로 장식하며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았다.
성난 축구 팬들의 민심을 돌려세운 한 판이었다. 경기력 저하, 협회 전현직 임원들의 법인카드 부정 사용, 히딩크 후폭풍으로 바람 잘 날 없었던 한국 축구에도 봄날이 찾아왔다.
A대표팀은 또 한 번의 시험무대를 앞두고 있다. 한국은 14일 밤 8시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서 세르비아와 격돌한다. 세르비아(38위)는 콜롬비아보다 랭킹은 낮지만 부담스러운 상대다.
세르비아는 힘과 기술을 겸비한 까다로운 팀이다. 아일랜드, 웨일스, 오스트리아 등 만만치 않은 경쟁국을 따돌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예선을 조 1위로 통과했을 정도로 강하다.
세르비아는 지난 10일 중국 원정서 2-0으로 이기며 아시아 축구에 대한 적응도 마쳤다. 6일 밤부터 입국한 콜롬비아보다 시차, 환경 등 모든 면에서 적응 시간이 길었다. 한국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는 진짜 상대인 셈이다.
한국은 내심 A매치 2연승을 바라고 있다. 신태용호와 팬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한국이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A매치 4경기서 2무 2패로 부진했던 까닭이다. 내용은 더 참담했다.
세르비아전이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좀체 희망이 없어 보였지만 콜롬비아전서 본선 경쟁력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손흥민(토트넘) 활용법과 자신감을 찾은 것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다만, 세르비아전의 '성적'과 '결과'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 잘해도 질 수 있는 게 축구다. 세르비아전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평가전이다. 승리는 언제나 달콤하지만, 평가전은 다르다. 못하고 이기는 것보단 잘하고 지는 게 낫다.
내용도, 결과도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비판을 받는 게 당연하다. 정당한 채찍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지더라도 내용이 좋다면 비난보다는 박수를 보내는 게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이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 랭킹이 62위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르비아전이 결과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한 이유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