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박찬호가 조금씩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이대로면 제2, 제3의 서건창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재단법인 박찬호 장학회(이사장 유장희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서 창립 20주년맞이 행사 '그리고, 다시 시작!'을 개최했다. 박찬호가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빌 때부터 시작됐던 행사가 어느덧 성년이 된 셈.
이날 박찬호는 전국 시·도 교육청에서 추천한 초등학생 19명과 재단 꿈나무 야구장학생 출신 중, 엘리트 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중·고교 학생들 10명에게 장학금과 협찬용품을 함께 전달했다. 지난 20년, 박찬호 장학회를 거쳐간 꿈나무 야구장학생은 325명에 이르며, 장학생 출신으로 국내 프로야구단으로 진출한 선수는 37명에 달한다.
의미 있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기부천사'로 널리 알려진 가수 션을 비롯해 연기자 박상원, 만화가 이현세, 골프선수 박세리, 혜민 스님, 홍성흔 샌디에이고 코치,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등 야구계 안팎의 인사들이 의미를 더했다. 최근 은퇴한 '국민타자' 이승엽도 행사장을 찾아 장학금 1억 원을 기탁했다.
별다른 기부를 하지 않았지만 행사 참여 자체가 의미 있는 이들도 있었다. 서건창, 신재영, 박종윤(이상 넥센)이 그 주인공. 이들은 나란히 박찬호 꿈나무 야구장학생이다. 학창 시절 박찬호의 손길로 금전적인 걱정을 덜었고, 프로에 입단한 케이스다.
박찬호 꿈나무 야구장학생을 거쳐 프로 유니폼을 입은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이들 말고도 김태균(한화), 이범호(KIA), 봉중근(LG), 김주찬(KIA), 이동현(LG), 배영수(한화), 채태인(넥센), 송은범(한화), 배영섭(삼성), 정상호(LG), 구자욱(삼성) 등이 수혜자다.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뿌린 씨앗으로 라인업을 한 팀의 짤 수 있을 수준이다.
박찬호는 이날 행사에서 "이 장학금을 받은 선수들이 훌륭한 선수, 야구인을 넘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야구 선배이자 인생 선배가 던지는 교훈이었다.
이날 장학금을 받은 신배성(11·동천고등학교) 군은 박찬호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 신 군은 "부담스러우면서도 기쁘다. 박찬호 선배님, 이승엽 선배님과 사진을 찍었다"고 자랑하며 "야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보다 이승엽 선배처럼 열심히 노력해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고싶다"고 다짐했다.
지난 1997년 박찬호 장학금 1기 수혜자인 서건창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서건창은 "어릴 적 박찬호 선배의 장학금을 받으며 큰 교훈을 얻었다. 야구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야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다. 후배들도 지금 이 마음가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나도 이런 자리에 오면 배우는 게 많다. 하물며 어린 친구들은 더할 것이다. 나도 언젠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고싶다"고 다짐했다.
우리 야구계도 점차 기부 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다. 고액 연봉자들이 많아지며 자연히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서는 발길도 늘어나는 추세. 이제 제2의 박찬호가 조금씩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그들이 만든 토양 위에서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이제 제2의 서건창, 구자욱이 움틀 차례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