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고민의 KBO, MLB의 노골적인 외국인 영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12 05: 57

쓸 만한 외국인 선수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쓸 만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가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의 노골적인 ‘외국인 영업’에 우리 구단들이 고전할 태세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린 가운데 각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 인선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현지에서 마이너리그로 밀린 일부 선수들이 FA 자격을 선언하는 등 이제 KBO 구단들도 본격적으로 낙점에 돌입할 시기다. 그러나 외국인 스카우트들의 어려움도 매년 가중되고 있다. 국내 구단 및 일본 구단들과의 경쟁은 둘째치고, 그간 눈여겨봤던 선수들이 좀처럼 시장에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MLB 구단들의 전략이 그 가운데 있다. 대개 KBO 구단들은 MLB와 트리플A 사이에 낀 이른바 포A(AAAA)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보기 마련이다. KBO 리그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 레벨 아래의 선수들이 성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MLB 구단들이 좀처럼 이 선수들을 묶고 놔주지 않는다. 이적료를 벌기 위해서다.

대개 40인 로스터 밖으로 빠진 선수들은 이적료 없이 영입이 가능하다. 선수들의 에이전트와 개별적으로 접촉하면 된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선수들은 원 소속구단의 허가가 필요하다.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이 이적료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적료만 100만 달러에 이르는 시기다. 오히려 이적료가 연봉보다 더 큰 경우도 속속 생긴다.
실제 한 외국인 타자의 이적료는 100만 달러를 찍었다. 퇴출된 한 선수는 국내 구단들의 경쟁 속에 이적료가 8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시기를 전후해 MLB 구단들이 KBO를 바라보는 시선도 완전히 바뀌었다. KBO이나 NPB 구단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를 40인에 묶어둔 채 대놓고 영업을 한다.
40인 로스터의 끝자락에 있는 선수들은 내년 MLB 팀 전력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MLB 구단으로서는 “없어도 될 만한 선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적료라는 또 다른 방향에서는 쏠쏠한 장사가 된다. 이에 복수의 MLB 구단들은 이미 우리 구단들에게 공식적인 ‘홍보지’를 돌렸다. 이른바 한국에 선수를 추천하는 것이다. 아예 대놓고 자신들이 원하는 이적료를 명시한 구단도 있다. MLB 경력이 제법 되면 100만 달러다. 국내 구단 스카우트들이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아예 40인 밖에서 후보자를 추리던지, 해당자가 40인 바깥으로 나올 만한 내년 스프링캠프 이후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쉽지 않다. 지금 40인 밖에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기량이 떨어지거나 검증이 되지 않은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내년까지 기다리자니 팀 전력 구상에 도움이 안 되고, 설사 40인에 잔류할 경우 문제가 커진다. 이적료를 지불하는 이유다.
MLB가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은 KBO 구단들의 원죄라는 평가도 있다. 한 구단 단장은 “이적료가 1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제 MLB의 기준이 100만 달러가 됐다. 우리의 누군가가 만든 일이니 뭐라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연봉과 인센티브 등까지 합치면 대략적인 영입 비용이 300만 달러에 이를 만한 후보자들도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에 일부 구단에서는 “그냥 트라이아웃을 하는 게 낫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그 푸념은 앞으로 외국인 선수 영입이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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