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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사다리식’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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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통합우승이  ‘대세(大勢)’가 됐다.

2017년 한국 프로야구 판은 KIA 타이거즈가 KBO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마저 평정, 정규리그 1위=한국시리즈 우승 공식을 재확인한 셈이 됐다. 정규리그 2위 두산 베어스가 KIA와 한국시리즈에서 맞섰지만 힘이 부쳤다. NC 다이노스 역시 체력적인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큰 꿈을 접어야 했다. 앞으로는 엔간해선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5위 이상 팀이 정규리그 1위 팀을 꺾는 일은 기적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밑 순위 팀들이 뒤집기나 반란을 꿈꿀 수 없는 ‘사다리 방식’ 탓이다.

KBO가 단일시즌제와 준플레이오프제(3, 4위전)를 채택한 2001년 이후 정규리그 1위 팀이 아닌 2위 이하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것은 단 두 차례(2001, 2015년) 뿐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두산이 정규리그 3위에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정규리그 1위 삼성 라이온즈를 물리쳤다. 다른 해는 예외 없이 정규리그 1위 팀이 무난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치했다.

이는 기량차이도 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축된 체력의 차이 때문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왜 모든 팀들이 그토록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아등바등할 수밖에 없는지 입증하는 사례다.

KBO가 2015년부터 메이저리그를 본 따 패자 부활전 같은 ‘와일드카드제(=정규리그 5위 팀이 4위와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다투는 제도)’를 도입했지만 허울 좋은 제도일 뿐, 실제로는 5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실낱같은 희망’ 이자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다. 모든 팀들이 그래도 5위라도 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현실이지만 4위 팀이 1승을 거두거나 한 게임을 비기기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식이어서 헛된 기대만 품게 하는 꼴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한 이래 어지러울 정도로 한국시리즈 방식이 변해왔다. KBO가 구단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툭하면 시리즈 방식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자면 개선이지만 비판적으로 보면 성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단들의 아우성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도 작용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전후기리그(1982~1984년)→종합승률제(1985년)→플레이오프(PO)제(전, 후기 1, 2위 팀에 플레이오프 진출권 부여, 1986~1988년) 도입→단일 시즌제 채택, 준플레이오프제 도입(1989~1992년)→플레이오프제 수정(준 PO는 3위와 4위팀 간 승차가 3경기 이내일 때만 거행, 1993~1998년)→양대리그(드림, 매직리그)제 채택(1999~2000년)→단일 시즌제 환원, 준PO제 다시 채택(3, 4위팀이 무조건 3전 2선승제 거행, 2001~2002년)→다승제로 정규시즌 순위결정(2003~2004년)→승률제로 환원(준PO 5전 3선승제, 2005년)→준PO 3전 2선승제(2006~2007년)→준PO 5전 3선승제, PO 7전 4선승제(2008년)→PO 5전 3선승제(2009~2014년)→와일드카드제 도입(2015~현재) 등이다.

제도 변천은 시대적인 필요의 산물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현행 ‘사다리식’ 포스트시즌 방식이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구도여서 정규리그 1위 팀을 넘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는 물론 최근 몇 년 간 한국시리즈를 살펴 볼 때 정규 리그 1위 팀에 비해 2위 이하 팀들이 체력 고갈로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제 힘조차 써보지 못하고 좌절을 겪는 결과로 나타났다. 그 바람에 경기의 밀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경기내용 부실로 이어졌던 게 사실이다.

메이저리그(MLB)나 일본은 양대 리그가 정착돼 동등한 조건에서 ‘맞붙기 식 포스트시즌(=크로스 토너먼트, 일본은 클라이맥스 시리즈 등으로 사다리식 혼용)’을 치르기 때문에 경기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되고 세밀한 기량 차이에서 승부를 판가름 짓게 돼 무엇보다 관전의 재미가 쏠쏠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물론 10구단 체제의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양리그제로 치르기에는 적합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으나 포스트시즌 방식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와일드 카드제는 살려두되 1위와 4위, 2위와 3위가 맞대결(7전 4선승이든 5전 3선승이든)을 펼친 뒤 승자가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방식은 어떤가. 그럴 경우 정규리그 1위 팀에 대한 메리트가 너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한국시리즈가 훨씬 긴박하게 돌아가고 박진감이 넘칠 수 있을 것이다.

억울하면 정규리그 1위를 하면 된다! 맞는 말씀이다. 그렇지만 반란을 꾀하기 힘든 현행 포스트시즌 방식은 너무 밋밋하다. 감동이 적은 드라마는 식상한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면 그 아니 좋지 않겠는가?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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