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지킨 박흥식 코치 "김민식, 왕좌 수성의 퍼즐"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10 05: 50

박흥식 KIA 타격코치가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급히 오른다. '안방마님' 김민식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단순히 신의의 문제도 있지만, KIA가 챔피언 자리를 수성해 왕조를 구축하는 데 김민식의 성장이 필수라는 판단에서였다.
KIA 선수단은 3일 일본 오키나와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한국시리즈까지 긴 여정을 보낸 1군 선수단은 대부분 제외됐다. 젊은 선수들을 축으로 꾸려지는 캠프. 그러나 선수단 37명 가운데 한국시리즈까지 완주한 이름이 있었다. 투수 임기준(26)과 포수 김민식(28)이 그 주인공. 김민식은 정규시즌 내내 KIA 안방을 지켰으며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모두 나섰다. 다소 의아한 이름이었다.
김민식은 "캠프행은 자청했다. 나 스스로가 타석에서 자신이 없었다. 내년에도 이런 식이면 안될 것 같았다. 변화를 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식은 올 시즌 137경기서 타율 2할2푼2리(352타수 78안타), 4홈런, 40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576. 합격점을 주기 힘든 성적이었다. 마스크를 썼을 때 든든했던 모습이 타석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때문에 그의 고민도 이해할 수 있다. 결국 김민식은 7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의 마무리 캠프행은 한국시리즈 이전부터 결정됐다. 김민식은 시즌 중반, 박흥식 타격코치에게 "마무리 캠프에 가겠습니다. 가서 많이 배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KIA가 8년 만에 우승하며 바빠진 스케줄 탓에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는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김민식은 박흥식 코치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결국 박 코치가 백기투항한 셈이다.
박흥식 코치는 "(김)민식이가 출국 당일 인천공항에서 '왜 안 오십니까?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전화했다. 계속 찜찜해서 감독님께 '일본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하셨다"라고 밝혔다. 김민식은 박 코치의 일본행이 결정되자 문자 메시지로 '빨리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 코치는 "내가 가는 걸 후회하도록 제대로 훈련시키겠다"라고 다짐했다.
박 코치가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는 건 단지 '신의' 때문만은 아니다. 박흥식 코치는 "단점을 보완하면 타율 2할7푼~8푼은 충분히 때릴 수 있는 타자다. 양의지(두산)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근력과 손목 궤적을 집중적으로 단련시킬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 코치는 "민식이가 2할8푼 정도의 타자가 되면 우리도 몇 년간 우승을 차지하는, 왕조 구축이 가능하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KIA는 올 시즌 규정타석 3할 타자 7명을 위시해 KBO리그 단일 시즌 팀 타율 1위(.302) 역사를 썼다. 어느 한 명도 쉽사리 거를 수 없었지만 8번타자 김민식은 예외였다. 김민식도 박 코치에게 "내 타순이 민폐인 것 같다"고 토로했을 정도. 박 코치는 "2018시즌에도 올해 멤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 않나. 만일 민식이가 타격 쪽에서도 재능을 드러낸다면 지금보다 더 '핵타선'이 된다. 우리는 챔피언이다. 이제 지킬 차례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흥식 코치는 "김주찬과 이범호의 나이를 감안하면 그 다음 주자들을 키워야 한다. 20대 후반의 김민식은 KIA 세대교체의 축이다"라며 "소질에 근성까지 갖춘 선수다. 우리는 우승 명맥을 이어야 하는 팀이다. 이런 선수들과 함께하는 게 행복하다"라고 미소지었다.
애제자의 열정에 코치는 피곤함 대신 행복함을 잔뜩 느꼈다. 박 코치는 왕조 구축이 '희망' 아닌 '현실'이 될 것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일본으로 떠나는 박흥식 코치의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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