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교회 총기 난사의 범인인 데빈 켈리(26) 소유의 아이폰이 도마 위에 올랐다. FBI가 이전에 다툰 적이 있는 애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
해외 IT전문매체 '더버지(TheVerge)'는 9일(이하 한국시간) "애플은 FBI가 켈리의 아이폰 보안 해제와 관련해 어떤 협조도 요청한 바가 없다"며 "만약 FBI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요청만 한다면 즉시 도움을 주겠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켈리는 지난 6일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침례교회 총기를 난사하며 무고한 26명을 살해했다. 켈리의 범행 동기나 방법 등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켈리가 장모와 불화와 가정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추측하고 있다. FBI는 유력한 증거품으로 켈리의 아이폰을 입수했다. 범행의 정확한 내용을 알기 위해 아이폰의 잠금 해제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아이폰의 잠금 해제는 쉽지 않다. 아이폰 보안 시스템은 패스워드를 10번 이상 잘못 입력하면 모든 정보가 지워지도록 설계됐다. 손쉬운 터치 ID 역시 48시간 동안 폰을 접촉하지 않으면 패스워드 입력 모드로 돌아간다.
이러한 아이폰의 보안 장점은 평소에는 철저한 안전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지만, 범죄 수사에는 큰 방해가 되고 있다. 과거 FBI는 몇 차례 아이폰 보안장치를 우회하거나 해제할 수 있는 방법을 요청했지만 애플이 거절한 바 있다.
결국 당시 FBI는 애플을 상대로 보안장치를 풀어달라고 법정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시 FBI가 익명의 업체에 아이폰 잠금 해제 법을 알아내서 소송을 치하했지만, 미국 내에서 사법기관의 협조나 아니면 개인 고객의 정보 보호가 중요한 보안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 텍사스 총기 난사 직후 FBI는 다시 애플의 보안 정책을 문제시했다. FBI의 요원인 크리스토퍼 콤스가 기자회견을 통해 "범인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애플의 암호화 정책은 잘못됐다. 법 집행 기관은 점점 범인의 스마트폰 속 정보에 침투할 수 없게 됐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FBI의 주장은 애플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더버지는 "애플은 FBI가 켈리의 범행 직후 48시간이 지나도록 애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켈리의 아이폰 모델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의 후속 보도에 따르면 FBI 관계자도 애플의 반박을 인정했다.
FBI의 전문가들이 자체 기술력으로 잠금 해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애플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상부에 보고해서 문제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FBI는 과거에 사용한 잠금 해제 방법을 믿고 애플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가 업그레이드되면서 FBI가 습득한 보안 해제법도 통하지 않았다.
더버지는 "애플은 아이클라우드 데이터에 대한 영장을 준수한다. 하지만 FBI는 아이폰 인증 잠금을 우회하는 확실한 방법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켈리의 아이폰의 경우 이미 48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패스워드를 통해서만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 버지는 "FBI가 만약 애플에 즉시 지원을 요청했다면 이미 원하는 정보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FBI는 애플의 보안 정책을 비난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FBI를 조롱했다. FBI가 불편한 관계인 애플을 비난하기 위해 일부러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
결국 FBI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둘러싼 거짓 발표로 미국 언론과 네티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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