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총파업 끝이 보이나 했더니, 다시 한 발 물러났다. 조심스레 복귀를 준비하던 예능국도 숨을 죽이고 있다. 도대체 ‘MBC 사태’는 언제쯤 끝이 날까. 보는 시청자도 속이 탄다.
지난 8일 오전 10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은 제 7차 임시 이사회를 열고 김장겸 사장의 해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야권 추천 인사 3인이 태국 출장으로 불참한 가운데, 여권 인사 5인이 참석해 이사회를 진행했다.
지난 9월 4일부터 총파업을 진행한 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이사회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날의 결과에 따라 이들의 복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이날 해임안이 가결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이목이 쏠렸던 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사회는 정회되고 오는 10일 속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김장겸 MBC 사장은 이사회에 출석해 소명을 할 예정이었으나, MBC 노조원들의 질문이 쏟아진다는 이유로 그대로 발길을 돌렸고 서면으로 소명을 대신했다. 이에 방문진 측은 김장겸 사장에 충분한 소명 기회를 제공하고, 가급적 많은 이사가 이사회에 참석해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회의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파업 종료 이후의 방송분을 준비해야 하기에 조심스레 예비 스케줄을 맞춰오던 MBC 예능국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라디오스타’가 오는 15일, ‘섹션TV 연예통신’이 오는 18일 녹화를 예정하는 등 파업 종료를 대비한 스케줄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 녹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각 프로그램 담당자들은 MBC노조의 파업 종료 공식 선언이 나오기 전까지는 촬영을 재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벌써 MBC 예능 프로그램들이 결방된 지 67일이 지났다. 여기에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MBC 간판 예능이자 토요일의 상징이었던 ‘무한도전’도, 한창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나 혼자 산다’도 맥없이 멈춰버린 편성표에 힘이 빠졌다. 시청자들은 오죽할까. 썰렁해진 방송에 그저 헛웃음이 나는 판국이다.
각 프로그램의 관계자나 출연진도 속이 타는 건 매한가지다. 특히 8일에서 10일로 이사회가 옮겨진 이 시점은 더욱 그렇다. 일각에서는 10일이 아닌 그 이후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방송 관계자들은 하루 걸러 급변하는 지금의 사태에 긴장을 한순간도 늦출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한도전’은 특히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예비스케줄마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휴방기 때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총파업으로 인한 결방 때에도 꾸준히 멤버들과 제작진이 의견을 나누고, 회의를 하며 촬영 재개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지만 끝날 듯 끝나지 않는 MBC 사태에 한숨만 쉴 뿐이다.
이제는 정말 ‘무한도전’이 보고 싶고, ‘나혼자산다’와 ‘복면가왕’이 보고 싶다. 언제까지 시청자들은 스페셜로 가득 채워진 브라운관을 봐야 할까. MBC 사태가 어서 해결돼 MBC 예능들이 금의환향할 날을 기대해본다. / yjh0304@osen.co.kr
[사진] 각 프로그램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