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새둥지 물색' 김성배, "아직 타자와 승부할 힘 있다"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1.09 09: 59

"자신이 없다면 방출 요청도 안했을 거예요." 김성배(36)가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다.
두산은 8일 "김성배와 대화를 통해 재계약 하지 않기로 했다. 이달 말 김성배는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성배는 1999년 신인드래프트 2차 8라운드(전체 61순)로 OB(현 두산)에 지명돼 2003년 두산에 입단했다. 2004년 2경기 출장에 머물렀던 그는 2005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72경기 8승 3패 2세이브 8홀드 평균자책점 3.17로 팀의 주축 투수로 거듭났다.

2011년까지 두산에서 뛴 그는 2012년 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롯데로 이적했고, 롯데에서 전성기를 맞았다. 특히 2013년 31세이브를 올리며 롯데의 마무리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두산에 돌아온 그는 지난해 39경기에서 1패 1세이브 5홀드를 기록했다. 비록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며 데뷔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끼기도 했다. 올해 45경기에서 2승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한 그는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선언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치국, 최동현 등 내년 시즌 기대되는 사이드암 투수가 나타나면서 두산은 결국 김성배와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리게 됐다.
김성배는 전력 외 선수 분류 발표 직후 통화에서 "한국시리즈까지 꾸준히 운동을 했던 만큼, 일단 휴식을 취하며 재정비의 시작을 가졌다"고 근황을 이야기한 뒤 "며칠 전에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래도 원하는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착잡했다. 아마 마흔이 돼서 들어도 (전력 외 통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비록 시즌 성적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올 시즌 김성배는 시즌 중간 중간 안정적인 피칭을 펼치며 전성기 못지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난 5월 8차례 등판에서 7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고, 8월 이후에는 10경기에서 9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2.00으로 마운드에 보탬이 됐다. 
또한 풍부한 경험으로 젊은 선수에게 좋은 멘토 역할도 했다. 두산의 사이드암 투수 박치국은 "김성배 선배가 아무래도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만큼, 정말 많이 가르쳐주신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이드암 투수가 부족한 팀에서 김성배의 활용도는 충분하다.
아직 1군에 공이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김성배 스스로도 아쉬움이 컸다. 그는 "아쉬움이 큰 만큼 현역 의지가 커졌다. 아직은 더 던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지금 내가 이대로 유니폼을 벗게 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스스로에게 납득할 수 있는 피칭을 한 뒤 깨끗하게 옷을 벗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미련이 있는 만큼, 한 번 확실하게 해보는데 까지 해보고 옷을 벗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역 연장 의지를 보인 배경에 대해서 설명했다.
비록 방향이 달라 팀을 떠나게 됐지만, 김성배에게 두산은 좋은 추억을 남겨준 팀이 됐다. 특히 2016년 우승은 김성배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김성배는 "너무 좋았다"고 우승 당시를 떠올리며 "우승을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도 많은데, 어쨌든 감독님을 비롯한 팀원들이 모두 잘해줘서 우승 반지를 끼게 됐다.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 모두 고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올 시즌 준우승은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남았다. 그는 "내가 좀 더 내 잘 던졌다면, 팀이 정규시즌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다시 한 번 우승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많이 아쉽다"고 전했다.
두산으로서 방출 통보는 다소 냉정할 수 있지만, 김성배를 향한 마지막 배려였다. 오는 22일에는 2차 드래프트가 열린다. 구단 입장에서는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뒤 일정 액수를 받고 선수를 넘기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두산은 김성배가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수월하게 새 팀을 찾을 수 있도록 일찌감치 전력 외 통보 발표를 했다.
김성배는 "내가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니기 때문에 2차 드래프트를 기다리고, 또 그 뒤에 팀을 나가면 새로운 팀을 구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FA는 생각도 없었던 만큼, 구단에 빨리 방출을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들어줬다. 감사한 마음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다시 출발선상에 놓인 가운데, 김성배는 "올해 끝날 무렵 구위가 나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타자와 승부할 수 있는 힘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며 "그런 자신이 없었다면 은퇴를 택했을 것이다. 충분히 마운드에서 내 몫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나를 필요로 하는 팀에서 한 번 모든 것을 걸고 다시 한 번 공을 던져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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