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중복' 김현수-민병헌. 고민 깊은 두산의 FA 전략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1.09 06: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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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두 내부 FA. 포지션도 비슷하다. 두산 베어스가 스토브리그 시작부터 큰 고민에 빠졌다.
FA 시장이 지난 8일 전격 개장됐다. 올해 FA 자격을 취득, 권리를 행사한 선수는 총 18명. 10개 구단은 이들과 자유롭게 협상한 뒤 계약할 수 있다.

최근 3년 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두산은 본의 아니게 이번 FA 시장에 중심에 서게 됐다. 내부 FA로 최대어 중 한 명인 민병헌(30)이 나온다. 민병헌은 정확성과 장타력, 기동력, 수비력까지 고루 갖춘 다재다능한 타자. 지난 2006년 두산에 입단한 민병헌은 올 시즌까지 1096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9리 71홈런 444타점을 기록했다. 최근 4년 간 3할-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내면서 테이블세터와 중심타선 모두 소화하는 등 팀의 간판스타 역할을 톡톡히 했다.
두산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하는 선수 중 한 명. 그러나 상황이 꼬였다. 지난 2015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로 떠난 ‘타격 기계’ 김현수도 한국으로 유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현수는 2006년 두산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장 시간을 늘리며 2015년까지 1131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8리 142홈런을 기록했다. 2015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한 그는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메이저리그 첫 해 김현수는 비록 플래툰 시스템에 많은 출장시간을 보장 받지 못했지만, 95경기 타율 3할2리 6홈런 22타점으로 준수한 성적으로 빅리그 정착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이어진 플래툰 시스템 속 타격감이 바닥을 쳤고, 시즌 중반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 됐다. 결국 김현수는 96경기 타율 2할3푼1리 1홈런 14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계약 기간이 만료된 가운데, 김현수는 일단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단 김현수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다. 김현수 역시 실력은 말할 것 없고, 두산이 배출한 첫 메이저리거라는 상징적인 의미까지 품고 있다. 김현수 역시 국내 몇몇 구단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
두산으로서는 민병헌과 김현수를 모두 잡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그러나 풀 수 있는 돈의 양은 한정돼 있다. 더욱이 내년 시즌을 마치면 포수 양의지가 FA 자격을 취득한다. 포수난에 시달리는 팀이 많은 만큼, 양의지는 내년 FA 시장을 뒤흔들 초대형 FA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또한 두산은 2015년 시즌을 앞두고 장원준을 영입했고, 이후에도 오재원, 김재호, 이현승 등 내부 FA 단속을 하며 꾸준히 지갑을 열어왔다.
김현수와 민병헌의 포지션이 다르면 고민이 덜어질 수도 있지만, 둘의 포지션은 모두 외야수다. 또한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진출 후 두산은 김재환, 박건우 등 내부 자원의 리그 최상급의 활약을 펼치며 성장했다. 여기에 정진호, 국해성, 조수행, 김인태, 이우성 등 백업 자원까지 탄탄하다. ‘누가와도 자리가 없다’는 말은 두산에게는 농담이 아닌 현실이다. 자원이 중복된 가운데, 협상에 있어서 우선순위를 밝힐 수도 없는 노릇이다. 
두산은 일단 김현수와 민병헌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김태룡 단장이 최근 미야자키로 건너가 코치진 구성을 비롯해 FA 영입 방향 등을 김태형 감독과 논의에 들어갔다.
이상과 현실 속 두산이 전략 짜기는 복잡해지고 있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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