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재의 무회전킥] '불혹' 부폰의 6번째 월드컵 꿈은 이루어질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11.08 12: 15

찬란한 태양의 빛을 머금은 붉은 석양은 아름답다.
이탈리아의 레전드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39, 유벤투스)에게 꼭 어울리는 문구다. 1978년 생인 부폰은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 살, 불혹(不惑)이다. 코치나 감독을 해야 할 시기이지만 그는 여전히 녹색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부폰은 무려 23년간 클럽과 이탈리아 대표팀서 헌신했다. 프로에서 단 두 팀만 거쳤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파르마에서 뛴 이후부터 유벤투스서 지금껏 활약하고 있다. 부폰은 프로 통산 855경기(컵대회 포함)를 소화했다. 이 기간 동안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8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3회, UEFA 유로파리그 우승 2회 등의 영광을 맛봤다. 2006년 유벤투스의 칼치오폴리 승부 조작 연루로 인해 박탈 당한 2회 우승을 더하면 총 10번이나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를 거머쥐었다.

부폰은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대표팀의 전설이다. 1997년 A매치에 데뷔해 20년 동안 한결같이 이탈리아 골문을 지켰다. 지끔껏 소화한 A매치만 173경기다. 부폰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을 훌쩍 넘어 200경기를 향해 가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 우승과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은 20년 헌신의 보상이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지만 부폰의 기량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지난 한 해 동안 자신의 A매치 경력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경기를 뛰었다. 올해에도 A매치 6경기에 출전했다. 유벤투스에서는 지난 시즌 세리에A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일조했다. 2017 UEFA 올해의 선수 후보에도 올라 전성기인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경쟁하기도 했다.
부폰이 받은 상은 수두룩하다. 독일 월드컵서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11번이나 세리에A 올해의 골키퍼를 차지했다. 2003년 UEFA 클럽 올해의 선수상, 2017년 국제축구연맹 올해의 골키퍼상을 받았고, 유럽 최고의 수문장에도 세 번이나 선정됐다.
17세에 시작됐던 부폰의 축구 인생은 어느덧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 모든 것을 이룬 그는 최근 "올해는 나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며 "1~2년을 더 뛴다고 해서 더 많은 것을 이룰 것 같지는 않다"며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부폰의 마지막 꿈이 남아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이다. 축구 강국 이탈리아는 사상 첫 월드컵 탈락 위기에 놓였다. 이탈리아는 러시아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서 G조 2위에 그치며 플레이오프로 밀려났다. 바이킹 군단 스웨덴과 경쟁해 러시아행을 타진해야 한다. 이탈리아는 오는 11일(이하 한국시간)과 14일 스웨덴과 홈 앤 어웨이서 피말리는 승부를 벌인다.
부폰은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 2002 한일, 2006 독일, 2010 남아공, 2014 브라질 대회까지 5회 연속 꿈의 무대를 밟았다. 한일 월드컵 당시 16강전서 안정환의 페널티킥을 막는 장면은 국내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된다. 2010년부터 아주리 군단의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부폰은 러시아에서 전무후무한 6회 연속 월드컵 출전에 도전하고 있다.
'태양보다 빛나는 석양' 부폰이 월드컵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수 있을까./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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