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은퇴' 정재훈, "역경에 포기 않던 선수로 기억해주길"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1.08 11: 19

 두산 베어스의 정재훈(37)이 15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산은 8일 "우완 베테랑 정재훈이 은퇴를 선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999년 OB(현 두산)에 지명된 정재훈은 2003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정상급 마무리 및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2014년 시즌 종료 후 두산이 장원준을 FA 영입하면서 보상 선수로 롯데로 떠났지만, 2015시즌을 앞두고 실시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시 친정팀 두산으로 컴백했다.

2016년 친정팀으로 돌아온 정재훈은 46경기 나와 1승 5패 2세이브 23홀드로 팀의 핵심 불펜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잠실 LG전에서 박용택의 타구에 맞아 팔뚝 골절을 당했고, 한국시리즈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어깨 회전근 부상에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긴 재활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은퇴를 결정하게 됐다. 
정재훈은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은퇴를 결정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그보다 감사한 분들이 많다. 주변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에서 코치 제의를 해 주셨다. 너무 감사한 부분"이라며 "향후 진로는 조금 더 생각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은퇴를 선언한 8일 정재훈과 연락이 닿았다. 다음은 정재훈과의 일문일답. / bellstop@osen.co.kr
-은퇴를 결심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 그동안 재활 중이었는데, 큰 수술을 받았고 나이도 있던 만큼 복귀가 불확실했다. 1년만 더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했는데, 더이상 내 욕심만을 내세울 나이도 아니었다. 또 마침 감사하게도 구단에서 코치 제의도 해줬다.
-언제부터 은퇴를 고려했나.
▲ 재활 하면서 조금씩 염두에는 뒀다. 수술이 워낙 커서 은퇴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조금 시간을 갖고 향후 진로를 생각한다고 했는데,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있나.
▲ 코치 제의를 받았을 때는 그 때에는 선수를 계속 하고 싶었다. 은퇴는 오늘 결정한 것이니, 앞으로 무엇을 할 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구단에서 감사하게 코치 제의를 해줘서, 아마 가장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가족들과도 상의를 해야할 것 같아서 팀에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프로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2005년도 첫 세이브를 할 때였다. 그동안 나는 그렇게 구위가 뛰어나거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선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첫 세이브 이후로 프로에서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쉬운던 점도 많았을 것 같다.
▲ 어떤 식으로 은퇴를 해도 아쉬움은 남기를 마련이다. 가장 눈에 밟히는 것은 가족이다. 특히 아이가 8살 5살인데, 둘째에게도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또 롯데 팬들에게도 많이 미안했다. 개인적으로도 잘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마음처럼 안됐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서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도 죄송하다.
- 우승 반지를 손에 끼지 못했는데.
▲ 현장에는 없었지만, 우승 반지는 두 개 있다.(웃음) 어쩔 수 없다. 내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우승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또 나중에 지도자가 된다면, 그 때 우승 반지를 끼는 것도 뜻깊지 않을까 싶다.
-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나.
▲ 어떤 역경이 와도 포기하지 않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동안 잊혀질만 하면서 살아나고 했는데, 그래서 이번에도 복귀하고 싶은 욕심도 컸다. 팬들에 마음 속에는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선수로 남고 싶다.
-두산은 정재훈 선수에게 어떤 팀인가.
▲ 15년 프로생활 중 14년을 두산에서만 뛰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고향과 같은 팀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고마운 사람도 많을 것 같다.
▲ 김경문 감독님께서 잘 발탁을 해주셔서 써주셨고, 윤석환 투수 코치님께도 감사드린다. 김태형 감독님, 김태룡 단장님을 비롯한 구단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
- 스스로의 선수 생활에 점수를 준다면.
▲ 어떤 선수도 은퇴 상황에서는 점수를 후하게 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내 자녀에게는 아빠는 부끄럽지 않은 프로야구 선수였다고 당당하게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열정을 가지고 프로야구를 계속 해왔다는 것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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