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애를 드라마로 해요."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극본 하명희, 연출 남경) 속 황보 경(이초희 분)은 이렇게 말했다. 극중 이현수(서현진 분)가 집필 중인 새 작품이 기존 새드엔딩에서 해피엔딩으로 바뀐 것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한 설명이었다. 새드엔딩이 좋았다는 PD에게 "너무 현실을 모른다"며 "내 또래 애들 사랑을 뭘로 하는 줄 알아요. 드라마로 해요. 먹고 사는 건 팍팍해 인간관계에 치여 사람 깊게 안 만나 상처받을 까봐. 새드엔딩 던져서 가뜩이나 없는 연애 의혹 더 떨어트릴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사랑의 온도'를 시청하는 많은 시청자들 역시 이 작품의 초반 로맨스를 통해서 황보 경이 말한 대리만족, 설렘을 느꼈을 것. 그래서 흔들리는 온정선(양세종 분)과 이현수의 사이가 더 안타깝고 아쉽다는 반응들이다. 박정우(김재욱 분)의 캐릭터가 기대와 달리 '집착남' 바뀌면서 시청자들의 불만도 높아진 가운데, 정선과 현수의 불안해진 사랑이 새드엔딩을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
정선과 현수는 5년 만에 사랑의 타이밍이 맞아 연인이 됐다. 설레고 행복을 만끽할 새도 없이 정우의 마음을 알게되면서 복잡하고 불편해졌다. 정우는 공격적으로 정선과 현수 사이를 흔들었고, 여기에 정선의 어머니(이미숙 분)이 가세해 두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 현수는 그의 어머니까지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오히려 정선이 이를 거부하며 사랑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사랑의 온도'는 연상녀 연하남의 로맨스는 물론,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조연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초반 인기를 얻었다. 현수와 정선의 로맨스는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가 더해진 듯한 전개로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고,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 매력을 살려낼 수 있었다. 일단 원작인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와는 다른 캐릭터, 관계의 설정이 드라마만의 새로운 재미를 주기도 했다.
현수와 정선, 정우의 삼각 로맨스로 관계가 꼬일 대로 꼬이면서 시청자들이 갖는 아쉬움은 컸다. 캐릭터가 변하고 있었고, 불안하게 새드엔딩이 암시되기도 했다. 물론 현수와 정선이 연인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길 응원하고 있던 것. 원작에서의 비극적인 결말이 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흔들리는 두 사람의 사랑이 새드엔딩을 암시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극중 현수가 이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로 새 작품을 기획 중인 설정. 현수는 정선과 만나고 사랑하게 되면서 초고의 새드엔딩과 달리 해피엔딩으로 방향을 튼 상황이다.
물론 하명희 작가는 소설에서 드라마로 캐릭터와 이들의 관계, 내용 전개를 대부분 바꿨기 때문에 현수, 정선, 정우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새드엔딩이든 해피엔딩이든 '사랑의 온도'를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는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이 완성되길 기대한다. /seon@osen.co.kr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