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판단" 이용규, 의리와 실리 모두 잡았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1.07 05: 44

누구도 예상 못한 깜짝 결정이었다. 의리와 실리 모두 잡은 결정이었다.
한화 외야수 이용규(32)는 FA 신청 마감일이었던 지난 6일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11월 한화와 4년 총액 67억원 대형 계약을 맺고 한화로 이적한 이용규는 계약기간이 끝나며 FA 자격을 재취득했다. 올해 부상으로 1군 등록일수가 103일밖에 되지 않지만, 국가대표 보상일수로 FA가 가능했다.
1985년생 만 32세 이용규에게 FA 신청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나이를 감안하면 1년이라도 빨리 FA를 신청하는 게 득이지만 이용규는 그렇지 않았다. 오랜 고민 끝에 FA 유보란 뜻밖의 결정을 내렸다. 선수 본인은 물론 에이전트까지, 장고를 거듭한 끝에 마감시한 직전에 결정했다.

이용규는 "올 시즌에는 내가 보여야 할 모습을 다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FA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내년에는 팀 승리에 공헌하는 선수가 되도록 준비하겠다. 새로운 출발을 하는 팀에 필요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올 시즌 이용규는 부상으로 57경기 출장에 그쳤다. 시즌 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팔꿈치 염증에 시달려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고, 5월초에는 손목 골절상으로 수술을 받고 두 달 넘게 결장했다. 부상 후유증에 타율 2할6푼3리 47안타 12타점 31득점 10도루로 이용규답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시즌 중에도 이용규는 "올 시즌 내내 몸이 계속 안 좋다. WBC 때부터 팔꿈치가 아파 동계 훈련을 제대로 못한 여파가 있다. 타격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어쩔 수 없다. 선수는 어차피 그라운드에 서서 야구를 해야 한다. 내가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고 재기를 향한 독기를 품었다.
무엇보다 올해 팀 주장을 맡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부상 악재 속에 시즌 중 완장도 뗐다. 한화도 시즌 초반부터 급격하게 추락하며 어려운 시즌을 보냈고, 8위로 마감했다. 이용규의 계약기간 4년간 한화는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FA 유보는 팀을 위한 '의리'의 결정이다.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결정이다. 한 관계자는 "현명한 판단을 했다. 이용규란 선수는 건강하게, 공격적으로 플레이할 때 빛난다. 그렇지 않으면 이용규가 아니다. 내년 시즌 다시 이용규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면 FA로서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금 FA 시장에 나갔다면 4년 다년계약을 하기 쉽지 않을 수 있었다. 냉철하게 판단을 잘한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FA 시장에선 어느 때보다 외야수 자원이 차고 넘친다. 손아섭(롯데) 민병헌(두산) 정의윤(SK) 김주찬(KIA) 이대형(kt) 등 기존 국내 선수들뿐만 아니라 해외파 김현수까지 국내 복귀가 유력하다. 외야 쪽에서 선택지들이 많은 상황에서 올 시즌 부상, 부진에 시달린 이용규의 시장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었다.
FA 신청을 1년 미루며 나이로는 손해를 볼 수 있겠지만 이용규는 길게 바라봤다. 팀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실리까지 챙겼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이용규의 FA 유보 결정, 내년 시즌 신의 한 수로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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