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kt의 가을' 꿈꾸는 김재윤, "양현종 선배 부러웠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7 05: 59

'미스터 제로'로 시작한 시즌이었지만 마침표는 아쉬웠다. 그러나 김재윤(27·kt)은 조용히 칼을 갈고 있다. 그가 꿈꾸는 kt의 가을야구를 위해.
김재윤은 올 시즌 개막부터 주전 마무리투수로 낙점됐다. 초반은 완벽했다. 김재윤은 첫 18경기에서 15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12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했다. 그러나 6월 7일 수원 LG전, 김재윤은 아웃카운트 한 개를 잡는 동안 5피안타 5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이후 들쭉날쭉하던 그는 결국 8월말, 어깨 통증을 이유로 1군 말소됐다. 시즌 말미 잠시 올라왔지만 한 경기 등판 후 다시 말소. 올 시즌 그의 성적표는 41경기 등판해 37⅓이닝을 던지며 3승5패15세이브, 평균자책점 5.79.

▲ 사라진 태극마크, 또 다른 동기부여로
그가 꼽은 부진 원인은 통증이었다. 김재윤은 "시즌 초 성적이 좋을 때도 몸이 100%는 아니었다. 지난해까지의 과부하가 올해 터진 것 같다. 참을 수 있어서 출장을 강행했지만 시합을 거듭할수록 구위가 떨어졌다"라고 회상했다. 김재윤은 아직 공을 던지지 않고 있다. 일상생활에도 느껴지던 통증은 사라진 상황. 그러나 서두르지 않겠다는 각오다.
김재윤의 부상은 두 번째 태극마크를 앗아갔다. 그는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세계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표팀에 포수로 발탁, 우승을 이끌었다. 이후 투수로 전향한 그는 올해 '2017 APBC 대표팀' 불펜투수로 뽑혔다. 프로 첫 태극마크의 기회였다. 그러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아쉬움은 당연했다. 그는 "많아야 세 경기뿐인 국제대회지만 너무 간절했다"라고 털어놨다. 이는 자연히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김재윤은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둬 매번 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싶다. 갈 수 있는 대표팀은 다 가보고 싶다. 태극마크 달고 뛰는 희열은 정말 엄청나다"라고 각오를 드러냈다.
▲ kt위즈파크의 가을야구를 꿈꾼다
마냥 아쉽기만 했던 시즌은 아니었다. 김재윤은 7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서 열린 올스타전에 출장했다. 드림 올스타 마무리 투수 부문 팬 투표 1위. kt 1군 진입 이래 팬 투표로 올스타전을 밟은 건 김재윤이 처음이었다.
김재윤은 "뿌듯했다. 사실 올 시즌 들어 내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 착용한 팬분들을 많이 봤다. 원래 (이)대형이 형이나 (엄)상백이 유니폼이 엄청 많았다. 아직 따라가지는 못하지만 자주 보였다. 안 보는 것 같아도 자꾸 보인다"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올스타전은 이승엽(전 삼성)의 마지막 '별들의 축제'였다. 경기 내내 이승엽에게 초점이 쏠린 상황. 김재윤의 시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라성같은 선배님들과 뛰는 자체가 영광이었다. 특히 이승엽 선배님은 워낙 대단하시지 않나"라며 "공에 이승엽 선배님 사인을 받아 집에 잘 모셔뒀다. 원래 그러는 편이 아닌데, 그날이 아니면 못 받을 것 같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재윤이 부러움을 느낀 선배는 또 한 명 있다. 주인공은 양현종(KIA). 김재윤은 시간이 날 때면 포스트시즌을 챙겨봤다. '가을야구'는 김재윤에게 큰 동기부여였다. 그는 "2008년 청소년 대회 당시 함께 뛴 친구들(안치홍, 박건우, 허경민)이 참 많았다.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는 팀원 모두가 좋은 성적을 거둬야 밟을 수 있는 무대다. 부러웠다"라고 밝혔다.
마무리 투수 김재윤을 자극한 건 한국시리즈 5차전 양현종의 세이브. 2차전 선발투수로 나와 9이닝 11탈삼진 완봉쇼를 기록한 양현종은 3일 휴식 후 5차전, 팀이 7-6으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세이브를 거뒀다. 우승 확정 순간에 마운드에 있었던 것. 김재윤은 "정말 대단하고 부러웠다"라며 "우리 팀도 곧 포스트시즌에 오를 것이다. 나도 한국시리즈에서 꼭 그런 투구를 해보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 "내 이름 석 자에 '마무리 투수'를 새기고 싶다"
이처럼 김재윤은 마무리 투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등판 간격이 불규칙한 데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보직임에도 그렇다. 김재윤은 마무리 투수를 '불펜의 꽃'으로 표현했다. 그는 "세이브 직후 포수와 포옹하고, 야수들과 모여 하이파이브 하고, 팬들이 환호하는 그 장면이 너무 짜릿하다. 세이브를 거둔 모든 경기가 그랬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자연히 그가 바라는 모습도 '든든한 클로저'였다. 김재윤은 "앞으로 'kt 마무리 투수'라고 한다면 내가 떠올랐으면 좋겠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선배, 손승락(롯데) 선배를 보면 이름 석 자에 '마무리 투수'가 새겨진 느낌이다.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라는 소망을 드러냈다.
김재윤의 목표는 '매년 한 걸음씩 더 나아지는 것'. 소박하면서도 어려운 바람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김재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룬다면 그가 꿈꾸는 kt의 가을야구도 성큼 다가오리라는 사실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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