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첫 개인 타이틀' 피어밴드, 고독하지 않은 에이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7 05: 44

1군 진입 3년 만에 개인 타이틀 수상자를 배출했다.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외인 에이스는 연신 동료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kt의 역사를 쓴 라이언 피어밴드(32) 이야기다.
피어밴드는 6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트로피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26경기에 선발등판해 160이닝을 소화하며 8승10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장원준(두산·3.14), 에릭 해커(NC·3.42) 등을 제치고 이 부문 1위. 2015년 1군 진입한 kt의 첫 개인 타이틀 수상자의 영예도 함께였다.
시즌 종료 후 귀국 비행기에 오른 피어밴드는 이날 시상식에 불참했다. 로저 버나디나를 제외한 다린 러프, 헥터 노에시, 메릴 켈리 등 외인들 모두 불참한 상황. 피어밴드는 구단 관계자 통한 영상 메시지로 수상 소감을 남겼다.

피어밴드는 "시상식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영광이다. 특히 kt에서 얻은 성과라 더욱 기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일군 상이 아니다. 팀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공을 돌렸다.
사실 피어밴드에게는 유달리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첫 10경기에 등판해 70이닝을 소화하며 7승3패, 평균자책점 1.54를 기록했을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이때가 6월 초였으니, 10승 고지 돌파는 물론 평균자책점에서 역사를 쓸 것처럼 보였다.
예상과 달리 이때부터 지독한 '무승 행진'이 이어졌다. 피어밴드는 이후 12경기에서 71이닝을 소화했지만 승리 없이 6패, 평균자책점 4.31에 그쳤다. 물론 피어밴드의 평균자책점이 첫 10경기에 비해 훌쩍 뛴 것은 분명했다. 피OPS(출루율+장타율)도 첫 10경기에서 0.530으로 준수했지만 이후 12경기서 0.818로 좋지 못했다.
그렇다고 무승 터널의 책임을 피어밴드에게만 돌릴 수 없었다. 피어밴드는 승리를 추가하지 못한 12경기에서 무려 8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를 무조건 호투로 칭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선발투수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승리는커녕 패만 쌓였던 피어밴드다.
8월27일 대구 삼성전, 피어밴드는 8이닝 무실점 괴력투로 13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이후 3경기서 다시 1패만을 추가한 뒤 시즌을 한 달 일찍 마감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어깨가 좋지 않은 피어밴드를 두고 "내년에도 함께 할 선수다.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피어밴드는 시즌을 8승10패로 마무리했다. 다승 부문 공동 24위.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선발투수가 10승에 실패한 건 1995년 조계현(당시 해태)이 마지막 사례였다. 조계현은 당시 19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해 126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으나 9승6패에 그쳤다. 피어밴드가 22년 만에 불명예 기록을 쓴 것.
하지만 피어밴드는 줄곧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부분이 아니다. 신경쓰지 않는다. 동료들에게 고맙다"라고 밝혀왔다. 일부 외인들은 인센티브가 걸린 승수에 지나치게 집착해 성질을 내는 경우가 있다. 팀 분위기를 해치기 딱 좋은 경우다. 피어밴드는 달랐다. 그는 먼저 다가오는 고영표, 주권 등 영건 투수들의 '멘토'를 자청했다.
피어밴드는 이듬해에도 kt 유니폼을 입는다. 재계약 당시 임종택 kt 단장은 "팀 내 에이스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선수"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여기서 말하는 에이스는 단순한 성적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한다.
피어밴드는 수상 소감 말미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좋을 때나 좋지 않을 때 늘 응원해주신 팬들 덕에 올 한 해 버텼다. 팬들은 내게 커피, 사진 등을 선물해줬고 우리 가족에게도 친절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시즌 도중 피어밴드는 "우리 팀은 아직 어리다. 성장할 것이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의 성장을 함께해줬으면 좋겠다. 훗날 kt가 강팀이 됐을 때 '내가 저 선수 어린 시절부터 응원했어'라는 자랑거리를 안겨줄 것이다"라며 감동을 안겨준 바 있다.
동료들과 팬이 있어 고독하지 않은 에이스 피어밴드. 한국에서 맞는 네 번째, kt에서 맞는 세 번째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적극적 투자를 천명한 kt이지만 피어밴드의 활약은 그 투자를 가치 있게 만들 결정적 퍼즐 조각이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