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 해' 만든 양현종의 남은 소망, '영원한 KIA맨'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7 05: 44

닭의 해인 2017 정유년. 그러나 KBO리그 한정 2017년은 양의 해였다. 우승을 이끌고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모두 받은 양현종(30·KIA)의 시즌이었다. 양현종에게 남은 한 가지 소망은 '영원한 타이거즈맨'이다.
양현종은 6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리그 MVP에 올랐다. 양현종은 656점을 얻어 최정(SK·294점), 헥터 노에시(KIA·208점), 최형우(KIA·166점), 김선빈(KIA·141점)을 모두 제쳤다. 생애 첫 MVP의 영광.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93⅓이닝을 소화하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토종 좌완으로는 이상훈(1995년·당시 LG) 이후 22년 만에 20승 고지에 오르는 기염이었다. 팀 동료 헥터와 나란히 20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 선두. MVP 등극을 노려봄직한 성과였다.

양현종의 'MVP 복'은 올해만 두 번째다. 양현종은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10이닝을 소화하며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의 활약으로 MVP에 오른 바 있다. KBO리그 36년 역사상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MVP를 동시에 수상한 건 양현종이 처음이었다. 시리즈 1패로 밀리던 2차전서 9이닝 11탈삼진 완봉쇼를 이끈 데 이어 5차전 7-6으로 앞선 9회 세이브까지. 양현종의 시리즈였다.
감격은 당연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에도 마냥 기뻐하던 양현종이었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그는 MVP 호명 직후 시상대에 올라 붉은 눈시울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양현종은 "올 시즌 정말 꿈 같은 한 해를 보냈다. 마지막에 큰 상을 받게 되어 감사드린다. 멋진 아들, 남편, 아빠가 되겠다"라며 울먹였다.
이제 시선은 양현종의 거취로 향한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잠시간 해외 진출을 모색했으나 KIA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최형우(4년 100억 원)와 나지완(4년 40억 원)에 투자한 KIA로서 여력이 없었다. 결국 양현종은 이러한 팀 사정을 감안해 1년간 22억5천만원에 사인했다. 정상급 선수에게 보기 힘든 단년계약이었다.
계약을 새로 해야 하는 상황. 양현종과 KIA 모두 그의 잔류를 그리고 있다. 양현종은 수상 소감 도중 "내 앞에 단장님이 계신데, 팬들에게 한 가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도록 하겠다"라며 KIA 팬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시상식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양현종의 보충 설명이 있었다. 양현종은 "내년에 대해 구단과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다"라면서도 "내 의사를 단장님 이하 프런트에 전달하고 싶었다. 내년에도 KIA와 함께 하고 싶다는 메시지였다"라고 덤덤히 밝혔다.
이적에 대한 가능성은 본인 입으로 일축했다. 양현종은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울리지 않았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은 뒤 "이적 가능성은 희박하다. KIA의 2연패를 위해 팀에 남고 싶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올 시즌 모든 것을 다 이룬 양현종이지만 두 가지 희망이 남아있다. 첫째는 탈삼진왕. 양현종은 늘 "언젠가 탈삼진왕에 올라보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른 목표는 바로 영구결번이다.
KIA의 역대 영구결번은 선동렬 전 감독(18번)과 이종범(7번)뿐이다. 해태부터 KIA까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즐비했지만 영예는 두 명에게만 돌아갔다. 그 다음 길을 걷겠다는 게 양현종의 각오다. 영구결번은 KIA 잔류 없이 불가능하다. 양현종의 남은 목표 자체가 KIA 잔류 의지를 드러내는 셈이다.
이날 KIA 유니폼을 입고 시상식장에 찾은 KIA 팬 강동철(35) 씨는 "해태 시절부터 팬이었다. 이 유니폼을 입은 건 양현종보다 내가 먼저다. 누구보다 타이거즈를 사랑한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진짜 타이거즈를, KIA를 사랑하는 것 같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제 양현종은 '타이거즈 길'만 걷고자 한다. 양의 해를 행복하게 보냈던 양현종과 KIA팬. 그 해피엔딩은 양현종의 잔류소식으로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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