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통합 MVP' 양현종 "누구보다 독하게 노력했다"(일문일답)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6 15: 45

양현종(29·KIA)이 MVP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양현종은 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시상식'에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다. 양현종은 656점으로 최정(294점), 헥터 노에시(208점)를 제치고 MVP에 올랐다.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 선발등판해 193⅓이닝을 소화하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더불어 다승 공동 선두. KIA가 8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을야구에서 그 가치는 제대로 빛났다. 양현종은 팀이 1패로 몰린 2차전에 선발등판, 9이닝 11탈삼진 1-0 완봉승으로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한국시리즈 사상 1-0 완봉은 양현종이 처음이었다.
이어 팀이 3승1패로 앞선 5차전, 팀이 7-6으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세이브까지 따냈다. 한국시리즈 2경기서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의 기염이었다.
양현종은 시상식 후 취재진과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시리즈 MVP보다 정규시즌 MVP가 조금 더 감회가 깊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 수상 축하한다. 명실상부 KBO리그 최고 투수가 됐다. 영구결번이 꿈이라고 했는데, 한국 최고 선수가 꿈이었던 적은 있나?
▲ 성적으로는 좋았어도 부족한 점이 하나씩 있었다. 평균자책점이 좋을 때는 승이 부족했고, 승이 많았을 때는 평균자책점이 좋지 않았다. 어떨 때는 이닝이 적었다. 올해도 20승을 했지만 평균자책점에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MVP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2015년 평균자책점 1위(2.44)에 올랐을 때가 한 단계 발전됐던 시즌으로 생각한다.
- 올스타전 때 '정규시즌 MVP를 받고 싶다'라고 했다. 그 당시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했는지. 또 후반기 동기부여로 작용했는지?
▲ 전반기 성적이 좋아 올스타 브레이크 때는 욕심을 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후반기 안 좋았다. MVP를 위해 시즌을 열심히 하자고 생각한 적은 없다. 팀이 선두 싸움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이틀 욕심은 없었다. 시즌 막판까지도 헥터 노에시나 (최)정이 형이 워낙 잘했다. 나도 MVP 싸움을 했는데, 내 스스로도 22년 만에 20승 좌완이라는 부분이 플러스로 작용한 게 아닌가 싶다.
-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와 정규시즌 MVP를 석권했다. 둘 다 소중할 테니 각각의 의미부여 부탁한다.
▲ 내가 가을야구 성적이 안 좋았다. 만회하고 싶었는데, 올해는 운이 좋게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굳이 비교하자면 정규시즌 MVP가 더 뿌듯하다. 한국시리즈는 잔치이자 단기전이다. 그 순간 집중하면 나도 없는 힘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길다. 힘들고 지친데 시즌 끝날 때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해 이 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 MVP 투표 상위 다섯 명 중 네 명(양현종, 헥터, 최형우, 김선빈)이 KIA 선수였다. 주위에 좋은 선수가 있던 게 어떤 시너지였는지.
▲ 20승을 했던 건 헥터와 선의의 경쟁이 있기에 가능했다. 헥터에게 지지 않으려고 스스로 열심히 했다. 동기부여가 확실히 됐다. 헥터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나는 한 번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헥터가 선의의 경쟁을 해 자극이 됐다. 헥터가 없었다면 나도 중간에 만족했을 것 같다.
- 1남1녀가 있는데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우고 싶나?
▲ 모든 사람들이 야구선수를 편한 직업, 20미터 뛰고 들어와서 뛰는 직업, 1이닝에 15구 정도 던지는 직업으로 생각한다. 스포츠 가운데 쉽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11년차인데, 스트레스나 부담, 긴장 속에서 실패도 많았다. 아들에게는 이런 마음고생이나 심리적 부담을 안겨주고 싶지 않다. 반대하는 입장이다. 만약 운동신경이 닮았다면, 왼손잡이로 바꿔서라도 시킬 생각이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
- 2009년에는 선발 데뷔 시즌이었다. 8년 뒤인 올해 MVP가 됐는데. 원동력은 뭘까.
▲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조범현 당시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여유있게 경험을 쌓았다. 이렇게 말하면 실례일 수도 있지만, 그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했다. 원정 때면 간베 토시오, 이강철 코치님과 호텔 옥상에서 30~40분 동안 밸런스 잡는 연습도 많이했다. 다른 선수들이 밖에서 놀 때도 '나는 이때 연습하고 있다. 누가 정상에 올라서는지 두고보자'라고 독기를 가졌다. 그때가 2008~2009년이다. 그 노력의 대가가 온 것 같다. 물론 지금 팀의 주축 선수고 몸 관리가 중요하지만, 그래도 연습을 많이 한다. 어린 후배들이 지금에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습과 전력분석에서 꾸준히 노력하면 지금보다 한 단계 성장할 거로 생각한다.
- MVP를 석권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 탈삼진왕은 은퇴하기 전까지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영구결번이 목표다. 팀으로 본다면, 2연패, 3연패, 4연패 등 연속 우승을 하고 싶다. 우리 팀이 강팀이고, 다른 팀이 상대하기 껄끄러운 팀으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다.
- 확신에 찬 어조로 '내년에도 KIA 유니폼을 입겠다'라고 밝혔는데.
▲ 아직 구단과 내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한 건 없다. 단장님도 계셨고 우리팀 프런트들도 있었는데, 확신을 가지고 말한 이유는 내 의사를 전달하고 싶었다. 내년에도 KIA와 함께하고 싶어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른 팀 유니폼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했는데 어울리지 않았다.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 시즌 우승했는데, 2연패를 위해 KIA에 남고 싶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