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는 보상 제도…올해도 망설이는 '알짜배기'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4 11: 42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음에도 마냥 기쁘지 않은 이들이 있다면? 올해도 손질되지 않은 보상선수 제도는 이동의 제한을 막을 전망이다.
KBO는 4일 오전 FA 자격 얻은 22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손아섭(롯데), 민병헌(두산) 등 야수들에 쏠린 가운데, 지난해 1년 계약한 양현종, 메이저리그 유턴파 김현수, 황재균까지 가세한다. 은퇴하는 이호준 제외 24명의 행보에 겨울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첫 FA 자격 획득에도 시장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보상 제도 때문이다.

현행 규정상 FA 보상규정은 직전연도 연봉의 200%+20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다. 때문에 일부 구단들은 FA 대상 선수의 연봉을 한껏 올려준다. 보상금을 잔뜩 받기 위한, 혹은 영입 엄두를 못 내게 만들기 위한 수법이다.
그럼에도 보상금은 큰 문제로 작용하지 않았다. 결국 관건은 20인 외 보상선수다. 대개의 원 소속팀들이 연봉 300% 대신 200%에 보상선수를 지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20인 외 보상선수. 바꿔 말하면 팀내 21번째 자원을 내줘야 하는 셈이다. 1군 엔트리가 27인임을 감안하면 1군 즉시 전력감을 내줘야 하는 셈이다. 팀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어' FA라면 모를까, 준척급 자원 영입을 위해 또 한 명의 준척급 자원을 내어줘야 하는 아이러니다. 결국 이들 중 일부가 미아로 전락하거나, 시장에 나가보지도 못한 채 울며 겨자먹기로 원 소속팀에 남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4년 100억대 선수와 20억대 선수가 같은 보상규정에 묶여있는 것. 프로야구선수협회에서도 수년째 FA 등급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식 모델이 가장 적합하다. 일본프로야구는 팀내 연봉 순위에 따라 FA 등급을 분류한다. 상위 3걸이 A등급, 4위부터 10위가 B등급, 그 이하는 C등급이다. B등급까지는 보상선수와 보상금을 모두 줘야하지만 C등급은 어떠한 보상도 없다. 마음대로 팀을 옮길 수 있는 셈이다.
굳이 일본식이 아니더라도 방법은 많다. 메이저리그처럼 퀄리파잉 오퍼를 시행할 수도 있다. 퀄리파잉 오퍼는 FA 자격을 얻는 선수에게 원 소속팀이 제시하는 1년짜리 계약이다.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의 연봉 평균치로 금액이 책정된다. 올해는 1,740만 달러(약 194억 원)가 그 기준이다.
당장 올해 명단만 봐도 알짜배기 자원은 수두룩하다. 문규현(롯데)과 지석훈(NC)은 어느 팀에서든 내야를 살찌울 좋은 자원이다. 이우민(롯데)과 이종욱(NC) 역시 아직 그 가치가 분명하다. 김성배, 김승회(두산)도
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들을 데려오기 위해 팀내 21번째 선수를 내어주기란 쉽지 않다. 결국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올해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모든 초점을 기울였다. 다음 과제는 FA 등급제다"라고 밝혔다. 빠른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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