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이대로 '침묵'하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영화다.
영화 '침묵'(정지우 감독)이 스크린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침묵'은 지난 3일 하루 동안 6만 911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총 누적 관객수는 12만 4753명이다.
'침묵'은 지난 1999년 개봉한 수작 '해피엔드'를 탄생시킨 정지우 감독과 최민식이 무려 18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 어떤 수식어가 필요없는 '국민 배우' 최민식부터 '믿고 보는 배우' 박신혜와 이하늬, 충무로의 흥행 치트키가 된 류준열, 남다른 존재감의 박해준과 조한철, 그리고 이수경까지, 최고의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압도적 케미스트리는 '침묵'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시사 이후 '침묵'에 쏟아지는 호평은 남달랐다. 때문에 조심스럽게 '침묵'의 흥행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정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양상은 '침묵'을 둘러싼 호평과 모두가 인정한 작품성과는 반비례하는 것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일부에서는 '침묵'이라는 제목 자체가 주는 묵직함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최근 박스오피스 흥행 추이는 어려운 영화보다는 쉽고 통쾌한 재미를 주는 '사이다 영화'가 대세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침묵'은 많은 관객들이 선뜻 손을 대기 어려운 영화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시작하면, '침묵'의 125분은 흡인력있게 관객을 몰입시킨다.
원작 '침묵의 목격자'가 법정극 느낌이 강했다면, '침묵'은 강렬한 드라마다. 살해된 여자가 있고, 그 여자를 죽인 범인을 따라간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법정극의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침묵'은 수수께끼 속 범인을 찾는 사건 중심의 전개가 아니라, 얽히고 설킨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정서 중심의 전개를 선보인다. 갑자기 살해된 약혼녀 유나(이하늬), 그리고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딸 임미라(이수경),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결말을 만나게 되는 구조다.
무엇보다 '침묵' 속 배우들의 압도적 연기와 만난 정지우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은 이대로 '침묵'을 침묵하기엔 아깝게 한다. 배우들은 결 다른 연기로 자신의 몫 이상을 해냈고, 정지우 감독은 이야기 속 인물들을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으로 잘 빚어내 '침묵'을 잘 차린 성찬 같은 영화로 완성시켰다. '침묵'은 분명히 많은 이들이 확인해야 할 압도적인 작품이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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