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건 발굴’ 롯데, 투수 왕국으로 가는 내실 다지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1.04 09: 00

정규시즌 3위라는 팀 전체적인 성과가 돋보였던 2017년의 롯데 자이언츠. 성적으로 웃을 수 있는 시즌이었다. 여기에 더해 20대 초중반의 영건 투수들이 본격적으로 1군에 자리를 잡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것은 더욱 고무적이었다. 그런 만큼 이제는 영건 투수들을 구단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 이미 롯데는 그 과정을 시작했다.
롯데는 올해 선발진에서 박세웅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박세웅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고, 올해 12승(6패)과 3.68이라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영건 자리에 오르는 원년을 만들었다. 또한 김원중이 관리를 받으면서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24경기 7승8패 5.70의 평균자책점이라는 성적보다는 한 단계씩 성장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운 시즌이었다. 또한 불펜진에서는 박진형이 후반기 리그 최고 셋업맨 수준의 활약을 보여줬고(후반기 31경기 3승1패2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2.17), 좌완 스윙맨으로 김유영이 성장세를 보였다(40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4.44).
이들 모두 입단 5년 차 이내, 20대 초반의 선수들이다. 한 명도 1군 투수진에 제대로 자리를 잡기 힘든 팀들도 있지만, 롯데는 20대 투수들을 대거 전력화하는데 성공했다. 미래를 생각하면 롯데는 흐뭇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육성과 발굴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의 내실을 다지는데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박세웅과 박진형은 일단 11월 중순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올해 첫 포스트시즌에 이어서 첫 성인 대표팀 무대까지 밟으며 더욱 성장하기 위한 경험을 획득하게 됐다. 
젊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 만큼 구단 입장에서는 이들의 병역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해줘야 한다. 선수의 성장은 물론 구단의 시즌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군 문제다. 매년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작업이지만 팀의 마운드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김원중은 일찌감치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1군에서 잠재력을 뽐내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이후 박진형의 군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일단 내년 시즌까지는 1군 전력에 포함시켜 활용키로 결정했다. 박세웅과 박진형은 모두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 국제대회 경험과 동시에 금메달을 따낼 경우, 군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대신 김유영과 올해 신인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강동호가 군 문제 해결을 위해 마무리캠프 참가 대신 김해 상동구장에서 훈련 중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무리캠프에서는 군 복무 이후 기대를 모은 자원들이 롯데의 영건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상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돌아온 구승민이 대표적인 케이스. 구승민은 올해 퓨처스리그 37경기(46⅔이닝) 1승 1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1.51의 성적을 남긴 뒤 전역했다. 정규시즌 막판 구승민의 등록 여부가 관심이 됐지만, 일단 구승민은 당장 1군 합류 대신 내년을 위한 대비에 돌입했다. 구승민 외에도 경찰청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이인복과 팔꿈치 수술 이후 병역을 해결한 문동욱, 2차 드래프트에서 kt에서 롯데로 넘어온 뒤 바로 상무 입대한 양형진도 마무리캠프에서 기회를 받고 있다.
또한, 올해 1차 지명 선수지만, 공을 던지는 대신 어깨 재활 단계를 거치며 애지중지했던 윤성빈이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노쇠화가 심각했던 롯데 투수진이었지만, 차츰 젊은 투수들의 발굴과 육성, 그리고 성장에 눈을 떠가고 있다. 팀 육성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퓨처스리그 성적은 남부리그 최하위(34승57패3무), 팀 평균자책점 전체 10위(6.23)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는 젊은 투수들이 퓨처스 팀 대신 1군에 자리 잡았고, 그동안 성장에 정체되면서 유망주의 시기를 지난 선수들을 정리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옳다. 롯데는 조금씩 영건들의 발굴과 성장, 그리고 관리를 통해 조금씩 투수 왕국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구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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