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구자욱에게 전한 "스윙 하나 더 해라" 의미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1.04 13: 00

"SNS 할 시간에 스윙해라".
은퇴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이승엽(41)은 '국민타자'의 무거운 타이틀을 벗고 지금껏 누리지 못한 자유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은퇴 후 그에게 생긴 변화 중 하나가 SNS 활동이다. 이승엽은 "조그만한 생활 정도는 소통해도 나쁠 것 같지 않아 SNS를 시작했다"며 쑥스러워했다.
SNS는 유명인들이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로 젊은 선수들이 상당수 즐긴다. 하지만 현역 시절 이승엽은 그렇지 않았다. "SNS를 해서 좋을 게 없어 자제했다. 사소한 말실수라도 할까 조심했다. 나 혼자가 아닌, 팀에 소속된 선수이기 때문에 늘 신중하게 생각했었다."

그런 이승엽이 은퇴 후에는 SNS로 친한 후배들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마지막 3년을 함께한 구자욱이 대표적이다. 지난주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는 구자욱의 메시지에 이승엽은 "SNS 하지 말고 운동해라. 그 시간에 스윙해라. 난 은퇴해서 하는거다'라고 답했다.
3일 공주에서 열린 제17회 박찬호기 초등학교야구대회에서 만난 이승엽은 "남들이 다 보는 메시지인 줄 몰랐다. 자욱이에게 농담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캠프에 갔으니 스윙 하나라도 더 돌리며 연습하란 것이다"며 웃은 뒤 한 가지 일화를 들려줬다.
"일본 (지바 롯데) 시절 다카하시 요시히코란 타격코치님이 계셨다. 어느 날 방망이를 못 치고 난 뒤 벤치에 앉아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코치님께서 '지금 뭐 하냐. 생각할 시간에 스윙 하나라도 더 돌려라'며 화를 냈다. 그때 머리가 띵했다."
이승엽은 은퇴 직전 마지막 2년간 소속팀 삼성이 9위로 추락하는 것을 목도했다. 최근 끝난 한국시리즈를 보며 삼성 왕조 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는 "한국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다. 역시 프로는 끝까지 살아남아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 삼성의 후배들이 한국시리즈를 보고 속으로 분한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삼성 후배들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해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어 그는 "2015년 한국시리즈가 마지막 가을야구가 될 줄 몰랐다. 좋은 야구장에서 2년 연속 9위로 마무리해 팬들에겐 지금도 죄송한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있어 팀에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어려운 선배가 없어졌으니 후배들이 조금 더 편하게, 요즘 트렌드에 맞게 미친 듯이 뛰었으면 좋겠다. 정말 미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 삼성 후배들의 분발을 기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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