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커피 한 잔②] '범죄도시' 하준 "녹음기 들고 다니며 경상도 사투리 고쳤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1.05 15: 58

 (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범죄도시'에서 배우 하준이 연기한 강력반 형사 강홍석은 이 땅의 모든 20대를 대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는 이 길이 맞는지 고민하고 흔들리는 20대 청춘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등록금에 휘청거려가며 몇 개씩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토익 등 채워야 하는 자격증을 하나 둘 따다가 우여곡절 끝에 사회에 나왔지만 그저 동네북처럼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치인다. 자신이 정말로 필요한 존재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잘난 사람과의 비교로 괴로워하기도 한다.
하준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홍석 캐릭터에 대해 꾸밈없이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신입형사 강홍석은 극악무도하고 무자비한 신흥범죄조직을 잡기 위해 선배들을 따르지만 돌연 부상을 당해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는 “어떻게 보면 신인인 지금의 제 위치와 비슷한 거 같아서 홍석을 이해하려고 했다. 소소한 위로를 받은 거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지만 용기를 갖고 한 발씩 걷다보면 좋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인데 (제 나이대 관객들에게)소소한 위로를 주고 싶었다”며 “감독님이 제 성향을 밝게 보셨더라. 홍석은 선배들에게 갈굼을 당하는 인물인데 제 톤에 맞춰서 가는 게 낫겠다는 디렉션을 주셨다. 저로서는 무언가를 추가하기보다 ‘강홍석이 하고 싶은 말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해석한 방향을 밝혔다.
서울예대 연극과 06학번인 하준은 군 전역 후 2011년에 졸업했고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경남 창원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때 밴드활동을 하며 실용음악 학원에 다니기도 했는데 거기서 만난 선생님의 제안으로 연기학과 입시를 준비했고 재수 없이 한 번에 합격하게 됐다고 한다.
“연기과 입시를 준비하면서 녹음기 들고 다녔고 경상도 사투리를 다 고쳤다(웃음). 그때 친척들에게 연기는 아무나하냐는 말도 들었지만 아버지와 형은 한 번 해보라며 저를 믿어주셨다. 제가 한 번에 못 붙으면 재수까지 시킬 생각이셨다는데 다행히 한 번에 합격을 했다(웃음).”
하준은 “고등학교 때 제가 누군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남들과는 다른 거 같긴 한데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먹어서 잘되는 건 아니지만 대학생 때는 나름의 포부가 있었다. 정작 사회에 나와 보니 한 없이 작아지고 거기에서 오는 상실감, 괴로움도 느꼈다”며 “제 학번 동기 대부분이 다른 길을 갔지만 그들의 선택이 옳은 지 제 선택이 옳은지 모르겠다. 어떤 길을 걷든지 용기라고 생각한다. ‘연기자를 그만둬야 하나’라는 갈등의 순간이 올 때마다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결론은 연기를 했기 때문에 매 순간 의미 부여가 됐고 매 순간 열심히 살게 됐다는 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유일하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도시’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의 모습과 더불어 앞으로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가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고 싶다. 다양한 배역을 맡으면서 제 안에 뭐가 있는지 발견하고 싶다. 조민수 선배님을 존경하는데 한 작품에서 가족이든 연인이든 한 번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웃음)."
하준의 바람은 따뜻하고 예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쁘다는 말이 여성의 외모에 대해 예쁘다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예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싶다. 들뜨지 않고 겸손하려고 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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