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속 구름’ 롯데의 외인 재계약 기상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1.03 06: 56

맑은 하늘 속에 구름이 살포시 껴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외국인 선수 재계약 기상도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롯데의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공헌도는 극과 극을 오갔다. 시즌 초반 파커 마켈이 적응 문제로 1군에서 공을 뿌리기도 전에 퇴출됐다. 이후 데려온 닉 애디튼의 경우 초반 반짝 하더니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3년 째 함께하던 브룩스 레일리도 초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맸다.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 역시 수비에서는 확실한 공헌도가 있었지만 공격에서 아쉬움이 짙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서 달라졌다. 레일리는 환골탈태했고, 애디튼이 퇴출되고 조쉬 린드블럼이 재합류하면서 선발진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번즈는 수비에서의 활약을 공격까지 이어왔다. 결국 정규시즌 종료 시점에서, 롯데는 이들 외국인 선수 3인방에 대한 공헌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일리는 30경기(187⅓이닝) 13승7패 평균자책점 3.80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5.19, 린드블럼 12경기(72⅔이닝) 5승3패 평균자책점 3.72 WAR 2.20의 기록을 남기며 확실한 원투펀치 역할을 했다. 번즈 역시 시즌 타율 3할3리 15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0 WAR 2.30의 기록을 남겼다. 시즌이 끝났을 때 외국인 선수 3인방은 효자로 거듭나 있었다.

이들에 대한 팀의 가치 평가는 확실했다. 롯데는 “3명 모두 재계약 대상자이고, 재계약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당연함 속에 불안한 변수들도 도사리고 있다. 맑은 하늘 속에 튀어나올 먹구름을 경계해야 한다.
일단 레일리의 경우 특별한 변수는 없는 상황. 롯데와 레일리의 협상이 순조롭기만 하다면 가장 먼저 계약이 확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린드블럼과 번즈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린드블럼이 지난 2년간 활약한 뒤 올해 초반, 함께하지 못했던 이유는 막내딸 먼로 린드블럼의 건강 상태였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가족 곁을 떠날 수 없었다.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했고, 이후 몇 차례의 수술을 더 거쳤고, 앞으로도 수술이 더 필요할지 모른다. 일단 큰 고비를 넘기면서 한국행을 다시 택했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는 게 구단의 귀띔이다. 린드블럼 재계약의 암초는 결국 가족인 셈. 롯데도 컨트롤 할 수 없는 변수다. 
내야 안정화와 하위 타선 폭발력을 동시에 안겨준 번즈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성장형 외국인 선수’의 전형을 보여준만큼 다음 시즌에도 발전의 여지를 남겨뒀다. 내야 수비를 위해서도 번즈의 재계약은 필수. 하지만 이번엔 외부 변수로 인한 재계약 난망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린드블럼과 달리 구단의 적극적 개입으로 극복할 수 있다. 프리에이전트(FA) 협상이 관건이다. 구단은 "FA에 따라 번즈 재계약은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다.
롯데는 일단 황재균 영입전에서 손을 뗀 상황에서 손아섭, 강민호, 문규현 등 내부 FA 자원에 집중하고 있다. 큰 관심사는 손아섭의 거취. 대체 불가 자원인 손아섭이 만약 잔류를 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할 경우, 롯데 전력은 크게 요동치게 된다. 결국 손아섭의 대체 자원을 토종 선수들로 메우기 힘들다고 판단할 경우엔 외야 자원을 택해야 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번즈와는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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