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 철수' KIA, 역대급 타선에 손댈 이유 없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3 06: 54

거품이 낄대로 낀 지금 FA(프리에이전트) 시장. KIA가 뛰어들 이유는 전혀 없다. 집토끼 단속에 초점 맞춘 KIA의 행보가 합리적인 이유다.
FA는 해마다 '콘셉트'라고 부를 만큼 각기 다른 구성을 띄어왔다. 올해 콘셉트는 야수, 특히 외야로 표현할 만하다. 당장 민병헌(두산), 손아섭, 이우민(이상 롯데), 이용규(한화), 이종욱(NC), 정의윤(SK)이 매물로 나올 예정. 거기에 김현수까지 가세한다면 외야 대규모 지각변동까지 예상한다.
물론 김현수나 손아섭 수준의 타자라면 어느 팀이든 군침 흘릴 법하다. 두 명 모두 언제든 3할3푼 이상의 타율에 20홈런 가까이 때려낼 자원이다. KIA뿐 아니라 10개 구단 어디로 가더라도 주전 자리는 떼 놓은 당상일 정도다.

문제는 가성비다. 김현수와 손아섭 모두 아직 거취를 확정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거취는 에이전트에게 맡기겠다"라며 미국 잔류와 국내 복귀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뒀다. 손아섭도 메이저리그 신분조회를 받는 등 주가가 한창 오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김현수와 손아섭 영입전에 뛰어들기 위한 '최소 금액'으로 100억 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내야라고 사정이 다르지는 않다.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대할 만한 황재균 카드는 분명 KIA에도 매력적이다. 그러나 수도권 구단과 100억 원 이상의 계약을 마쳤다는 '썰'이 돌고 있다.
KIA는 올 시즌 팀 타율 3할2리2모로 단일시즌 팀 타율 종전 1위 2015 삼성(.3018)을 제치고 이 부문 선두에 올랐다. 37년 KBO리그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역대 최다인 규정타석 3할 타자 7명(김선빈, 최형우, 이명기, 안치홍, 로저 버나디나, 김주찬, 나지완)의 존재가 이를 가능케했다. 3할 타율에 실패한 이범호와 김민식도 찬스에서는 제역할을 십분 수행했다.
감독들은 시즌 중 연승을 달릴 때면 "좋을 때는 타순 조정 등 라인업에 손대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지금 KIA가 딱 그렇다. KBO리그 역사를 새로 쓴 타선이 있는데 외부 수혈은 급한 현안이 아니다. 거기에 최소 100억 원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니 고민할 필요조차 없다.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사실상 철수 분위기지만 박수를 오히려 박수받을 행보다.
굳이 외부 FA가 아니더라도 할 일이 태산이다. 가장 중요한 건 '양현종 모시기'다. 양현종은 지난해 FA를 선언했지만 1년 22억5000만원의 평범하지 않은 계약으로 팀에 남았다. 토종 20승에 한국시리즈 1승1세이브로 MVP를 석권한 공이 크다. 역대 투수 최고액을 안겨줘도 이상하지 않다. 거기에 김주찬과 임창용이 FA 자격을 얻는다. '베테랑'들 역시 지금 KIA에 꼭 필요한 존재다.
거기에 버나디나, 헥터 노에시, 팻딘과 모두 재계약 방침을 세웠다. '20승 투수' 헥터에 '후반기 에이스' 팻딘 모두 이듬해가 더 기대되는 자원이다. 139경기서 타율 3할2푼, 27홈런, 111타점, 32도루를 기록한 버나디나 재계약 추진은 당연하다.
물론 시장에 매력적인 불펜 자원이 즐비했다면 뒷문 고민을 안고 있는 KIA로서도 참전을 고려해볼 법하다. 그러나 국내 복귀가 불분명한 오승환 말고는 마땅한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도 KBO 징계가 남아있기에 매력이 다소 깎인다.
KIA가 지금 전력을 고스란히 이듬해로 이어갈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든든하다. 기존 전력 대비 큰 메리트 없는 외부 자원을 데려오고자 100억 원을 쓰는 건 그야말로 과소비다. 합리적 판단을 한 KIA의 스토브리그는 정중동 행보를 유지할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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