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대어급 타자 FA 홍수' kt가 튕기는 주판알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1.02 11: 00

3년 연속 최하위. 시즌 전에는 사령탑까지 바꿨고 중반에는 과감한 트레이드 탈꼴찌를 노렸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그렇다고 '베테랑' 의존도를 낮췄다고 표현하기도 애매했다. '리빌딩' 아닌 '빌딩'이 필요한 kt의 중심을 잡아준 이가 마땅찮았다.
무기력한 경기들이 이어졌다. 특히 여름은 최악이었다. kt는 6~7월 44경기 중 단 8경기에서만 승리를 맛봤다. 승률 1할8푼2리. 다섯 경기를 치렀을 때 한 번의 승리도 보장할 수 없었던 kt다. 연승 한 번 내달리지 못했다. 시즌 말미 '고춧가루 부대'로 리그 순위 싸움에 영향을 끼치는 듯했지만 이 자체가 썩 달갑지 않은 kt다.
김진욱 kt 감독은 사실상 3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된 시즌 중반 "우리가 내년에도 이런 모습이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주위에서 말하는 것처럼 구단을 해체해도 할 말 없다"라며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김 감독 이야기의 골자였다.

"구단의 지원, 바꿔 말해 선수 수급은 분명 우리 팀에게 중요한 문제다"라는 김 감독은 "지금 우리 팀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팀 컬러'랄 게 없다. 마음 같아서는 상대에게 강펀치를 먹일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어떤 야구를 할지는 전력 조각이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평가도 비슷했다. 10년 경력 이상의 베테랑 해설위원 A는 "NC와 kt의 사례를 비교하자. 물론 신인 자원의 풀이나 나머지 구단들의 유망주 묶기 전략 등은 NC 때가 훨씬 유리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투자다. NC는 이호준을 필두로 이종욱, 손시헌을 데려온 반면 kt는 투자를 망설였다"라고 비판했다. 지방팀 단장 B 역시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서는 중심을 잡아줄 몇몇 핵심급 선수들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kt가 지난 세 차례 FA(프리에이전트)에서 얻은 수확은 박경수와 유한준이 고작이다.
이제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신생팀 혜택은 끝났다. '골든 타임'이 지났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kt 구단 안팎에서도 '총알을 많이 장전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어급 FA 타자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올 겨울, kt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이미 한 차례 홍역도 치렀다. 지난달, 일부 매체에서는 'kt가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오는 황재균과 계약을 마쳤다'라고 보도했다. kt 측에서는 이를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황재균을 노리는 구단들이 차츰 협상 테이블을 접는 모양새다. LG와 '쩐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이야기가 정설처럼 퍼져있다(본지 10월 25일 보도-LG, '황재균 베팅액' 밀렸다...kt행 가능성 UP).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는 유달리 외야 FA 풍년이다. 민병헌(두산), 손아섭, 이우민(이상 롯데), 이용규(한화), 이종욱(NC), 정의윤(SK) 등이 매물로 나오는 시장이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중에도 이들 중 몇몇에 대해 "좋은 선수다. 우리 팀에 온다면 큰 보탬이 될 것이다"라며 관심을 표했다. 후배들에 대한 애정어린 발언이었지만 그 속에 뼈가 있었다.
지금의 kt는 내야와 외야를 가릴 때가 아니다. 어느 포지션이든 힘있는 타자를 영입한다면 즉시 전력감이다. 당장 '복덩이' 멜 로하스 주니어와 계약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거기에 기대했던 유한준마저 부진했다. 좌익수는 시즌 내내 무주공산이었다.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로하스를 놓친다면 외야 전체가 무주공산과 다름없다. 설령 로하스가 재계약하고 유한준이 반등해도 좌익수 주인은 마뜩찮다. 데뷔 이래 줄곧 내야를 지켰던 오태곤이 외야수 변신을 선언한 이유다.
그렇다고 내야 사정이 나은 것도 아니다. 1루 혹은 지명타자를 맡아야 할 윤석민과 2루수 박경수, 유격수 정현의 존재감은 굳건하다. 그러나 이 경우 3루가 텅 빈다. 황재균에 관심을 갖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다.
kt 고위 관계자는 "여러 선수들을 대상으로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 올해만큼은 FA 시장에서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는 각오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에서는 kt의 골든 타임이 끝났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틀을 잡아줄 중심 타자 한두 명의 가세는 지금의 kt에 천군만마다. 그간 인색했던 투자 분위기를 바꾼다면 성적과 팬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kt 담당 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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