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캡틴, 보너스, FA…김주찬의 가을은 배부르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11.01 13: 32

한국시리즈 5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했다. 22번 타석에 들어서 3개의 사사구와 2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이 불과 1할2푼5리였다. 삼진만 4개를 당했고 병살타는 2개나 기록했다. 타점은 1개 뿐이었다. 5번 출루해 3번 홈을 밟았다. 박수를 받기에는 어려운 기록이다. 
그럼에도 KIA 주장 김주찬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공로자도 뜨거운 박수를 받고 있다. 칭찬을 보내는 이유로는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투지와 집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처음으로 주장을 맡아 후배들을 잘 이끌어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달성한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우승 캡틴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주찬에게 이번 한국시리즈는 데뷔 18년 만에 처음이다. 나이를 감안하면 앞으로는 다시 없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생겼다. 그가 5경기에서 하나 하나 펼치는 플레이에는 그런 마음이 들어있었다. 마치 신인의 마음이었다. 데뷔 이후 김주찬의 야구 몰입도는 이번 시리즈가 가장 높았을 것이다. 

그의 한국시리즈 플레이를 자세하게 뜯어보자. 1차전(10월 25일 챔피언스필드)은 1회말 1사후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해 도루를 성공시켰다. 후속타는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5회 2사1루에서 니퍼트와 끈질긴 승부를 벌여 볼넷으로 1루를 밟았고 버나디나의 우월스리런포가 터져 득점에 성공했다. 
2차전에서는 혼신의 주루 플레이로 유일한 득점을 올렸다. 1회와 3회 연속 병살타로 고개를 숙였다. 6회도 3루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1루수 뒤족의 우익수와 2루수가 달려가도 못잡는 사각지대에 타구를 떨어뜨려 2루타를 맞들어냈다. 보내기 번트에 3루를 밟았다. 1 사1,3루에서 나지완의 3루 땅볼때 협살에 걸렸다. 
여기서 김주찬의 주루능력이 빛을 발했다. 3루로 달아나다 중간쯤에 다시 1루로 몸을 돌렸다. 상대 포수 양의지가 1루주자 최형우가 3루까지 달리는 것을 보고 1타2피를 생각했는데 3루수에 볼을 던졌다. 김주찬은 이를 악물고 홈으로 대시했다. 송구까지 방향이 틀어지며 득점 성공. 양현종의 1-0 완봉을 이끌어낸 결승점이었다. 
잠실 3차전 3-1로 앞선 5회초 이명기가 우익수 옆으로 2루타를 터트리자 착실한 번트로 주자를 3루까지 보냈다. 버나디나의 적시타가 터져 달아나는 득점에 기여했다. 4차전에서는 1회초 1사후 중월 2루타를 터트리고 버나디나의 우익수 옆 3루타때 홈을 밟아 결승득점을 올렸다. 9회 1사2,3루에서 내야땅볼로 추가점을 뽑았다. 시리즈 첫 타점이었다.  5차전에서는 1회에 이어 3회도 희생번트를 성공시켜 선제득점의 징검다리를 놓았다. 
희생번트 3개를 완벽하게 성공시켰고 모두 득점으로 이어진 안타(2루타) 2개도 긴요했다. 방망이가 아니더라 주특기인 주루 능력으로 보충했다. 그가 올린 3득점과 1타점은 모두 승리로 이어지는 중요한 흐름에서 나온 것이었다. 순도로 따지면 100%였다. 집념과 투지의 결과였다. 
그는 말수가 적다. 주장을 맡으면 하기 싫은 말도 해야한다. 기자단과 인터뷰도 해야하고 사람 앞에서 마이크도 잡아야 한다. 묵묵히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그래도 할말은 반드시 한다. 시즌 중 공동 선두를 허용하고 막판 흔들렸을 때 "야구를 즐기자"며 중심을 잡았다. 축승회에서는 임원진을 향해 "보너스 많이 주세요"라고 말해 동료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시리즈에서는 내가 한 것이 없다"고 말했지만, 자신도 처음인데도 후배들을 잘 이끌고 첫 우승 반지를 끼는데 성공했다. 김기태 감독은 "주찬이가 많이 고생했고 잘 해주었다"라고 말했다. 뜨겁게 포옹하며 조용한 카리스마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주찬의 이번 가을은 배부르다. 우승 캡틴의 칭호를 얻었고 두둑한 우승 보너스도 챙길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두 번째 FA가 기다리고 있다. 김주찬이 야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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