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한용덕, MVP’ 2017 가을야구 뒷이야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1.01 06: 02

[OSEN=야구팀] 2017년 프로야구가 KIA의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한 달여간 치열하게 이어진 정상을 위한 질주가 많은 팬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는데요. 그 뒷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 대통령 시구, 김기태 감독 긴장한 이유?
한국시리즈 1차전의 주인공 중 하나는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당초 이날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자,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의 전설적인 감독인 김응룡 감독의 시구가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문 대통령이 시구를 위해 깜짝 등장했습니다. 평소 야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드러냈던 문 대통령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한국시리즈 시구’를 공약하기도 했죠. 그 약속을 지킨 셈이었는데 대통령의 깜짝 등장에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들썩였습니다.

어느 대통령 시구가 그랬듯, ‘007 작전’이 펼쳐졌습니다. 문 대통령의 시구가 결정됐다는 것이 취재진에 전달된 것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점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동선은 보안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그라운드에 등장하기 전까지 ‘보도 유예’는 당연했죠. 경기 전 KIA 사정을 잘 아는 담당기자들은 “평소 못 보던 경호원들이 경기장 도처에 있다”고 했습니다. 대통령 경호실 직원들이 KIA 직원으로 위장한 것이지요. 심지어 마스코트도 경호실 직원들이었습니다. 경기 전 나선 심판들 사이에도 경호실 직원이 있었습니다.
김기태 KIA 감독도 긴장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김 감독은 “가까이서 뵌 자체가 영광이었다. 혹시나 실례가 될까 원래 자리보다 살짝 옆으로 떨어져있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긴장한 점도 있었는데요. KIA 자켓을 입은 낯선 얼굴들 때문이었습니다. 김 감독은 “혹시나 경호원들이 나를 제지하면 어쩌나 염려했다. 팬분들이 보시기에는 KIA 자켓을 입은 직원이 감독을 제압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나. 그래도 여기서는 내가 대장인데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좌중을 폭소에 빠뜨렸습니다.
다만 그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고, 평소 ‘낮은 경호’를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성향상 과도한 통제도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대통령이 등장하면 순간 보안 문제 때문에 경기장의 통신과 인터넷을 의도적으로 막는 경우도 있었지만 올해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네티즌들은 '정권 체인지업', '표심 패스트볼' 등의 단어로 대통령의 시구를 환영했습니다.
▲ 손아섭의 홈런, 세리머니 뒷이야기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5년 만에 맞이한 롯데의 가을야구는 손아섭을 위한 잔치였습니다. 비록 팀은 탈락했지만 그래도 손아섭은 밋밋할 뻔했던 시리즈에 변수를 만들었습니다. 3차전 롯데는 6-13으로 완패를 당했습니다. 하지만 6점째를 만든 손아섭의 투런포 이후 그의 세레모니는 롯데 선수단을 일깨우고 화제를 일으키는 데 충분했습니다. 세레모니의 영향이었는지 롯데는 4차전에서 7-1로 승리,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5차전까지 끌고 갔습니다.
4차전에서도 손아섭은 홈런 2방 4타점으로 다시 한 번 포효했습니다. 여기서 5회초, 손아섭의 두 번째 홈런(3점포)때 환대 속에 덕아웃으로 귀환한 뒤 신인 나종덕과 옷깃을 펄럭이는 세레모니를 펼쳤습니다. 새파란 막내와 중고참급 선수가 격의 없이 세레모니를 하는 모습이 눈길을 다시 사로잡았습니다. 이유는 나종덕의 언더셔츠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종덕은 “아섭 선배와 룸메이트였는데 제 언더셔츠를 입고 나가서 홈런을 치셨다. 그래서 준비되진 않았지만 그런 세레모니를 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신인의 패기가 손아섭에게 고스란히 전달이 된 것이었는데, 홈에서 다시 치른 5차전, 룸메이트의 언더셔츠 기운(?)을 받지 못한 듯, 손아섭은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롯데는 탈락이라는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에도 뒷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주전포수 김민식은 한국시리즈 우승이 다가오자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 살짝 고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투수에 따라 세리머니가 달라질 수 있었다고 하네요. 비교적 날씬한(?) 임창용이었다면 투수가 포수에게 안기는 것이었고, 비교적 묵직한(?) 김세현이었다면 포수가 투수에게 안기는 것으로 계획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급박한 상황에서 양현종이 나왔기 때문에 계획은 없던 것이 됐습니다.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우승만 하면 되죠.
▲ 피 말리는 감독들, 우승구 실종될 뻔했다?
팬들도 피가 마르는데, 막상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들이나 뛰는 선수들이 느끼는 가을야구의 압박감은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이번 포스트시즌도 그랬는데요. 포스트시즌 경험이 가장 풍부한 김경문 감독부터 예년에 비해 긴장감을 많이 보여줬다고 하네요. 김경문 감독 특유의 어투가 있는데 그런 ‘루틴’이 플레이오프 3차전부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취재진 사이에서는 “사람 어투가 갑자기 바뀌는 게 쉽지 않은데 아무래도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긴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죠.
호쾌한 화술을 자랑하는 김태형 두산 감독도 갈수록 여유가 줄어들었다는 후문입니다. 평소 조심스러운 언행인 김기태 KIA 감독은 말할 것도 없이 긴장감이 넘쳤죠. 취재진과의 경기 전 공식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클로징 멘트(?)를 날려 취재진의 혼란을 빠뜨리기도 했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구가 실종될 뻔한 아찔한 사태도 있었습니다. 포수 김민식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처리한 뒤 너무 기뻐한 나머지 우승구를 그대로 그라운드에 던져 버리고 양현종을 향해 달려간 것이죠. 경기 후 우승구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김민식은 아차 싶어 공을 수소문했다는 후문입니다. KIA 관계자들도 이 이야기를 듣자 비상이 걸렸죠. 다만 그 순간에도 정신을 바짝 차린 한 직원이 공을 무사히 회수했다고 합니다.
▲ ‘KS는 7차전까지’ 한화는 안도의 한숨?
한국시리즈는 5차전에서 끝났습니다. KIA 팬들은 조기 종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만하고, 두산 팬들의 탄식이 잠실을 맴돌았는데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나머지 세 팀은 내심 7차전을 바랄만 했습니다. 바로 배당금 때문인데요. 입장수입이 많아질수록 각 팀에게 떨어지는 배당금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죠. 보통 광주 경기가 가득 차면 6억5000만 원 정도의 추가적인 수입이 생깁니다. 7차전까지 가면 13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라 결코 무시할 수가 없었죠.
반대로 “한국시리즈가 빨리 끝나길 바라는 팀이 있을 것이다”는 의혹을 산 팀이 있었는데요. 바로 한화였습니다. 한화는 차기 사령탑으로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를 이미 내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발표를 할 수가 없었죠. 마무리캠프 초반도 감독 없이 치르는 것을 각오했다고 합니다. 다만 5차전으로 시리즈가 끝났고, 한화는 10월이 가기 전 감독을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7차전까지 갔다면 지금도 한화 감독은 ‘공식적으로’ 공석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 원래 KS MVP는 버나디나였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5차전 막판 극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당초 KIA가 5차전에서 7-0까지 앞서자 MVP 투표 준비가 시작됐는데요. 가장 유력한 후보는 단연 버나디나였습니다. 버나디나는 시리즈에서 5할 이상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KIA 타선을 이끌었죠. 결승타나 중요한 안타도 제법 끼어 있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만약 KIA가 그대로 승리했다면, 버나디나의 MVP 가능성이 높았다는 게 취재진의 대체적인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돌변했습니다. 두산이 7회 6점을 쫓아갔고, 8회부터 양현종이 몸을 풀기 시작하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투표인단은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죠. “2차전 완봉승으로 KIA의 시리즈 기사회생에 지대한 공을 세운 양현종이 9회 팀의 승리를 극적으로 지킨다?” 이 시나리오를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양현종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그 강한 인상을 더해 MVP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 또한 양현종이 시리즈 돌입 전 말한 ‘우주의 기운’이라고 봐야 할까요.
▲ 손수건이 필요한 '눈물의 왕자'
김기태 감독은 우승 직후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재호의 파울 타구를 포수 김민식이 잡고 우승을 확정하자 코치들과 부등켜안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들과 일일히 안아주면서도 그의 눈가에는 촉촉했습니다. 3루석 관중석을 향해 선수들과 함께 큰 절을 올렸습니다. 그만큼 팬들의 열성적이 응원이 우승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막상 선수들이 헹가래를 해주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어 웃음을 안겨주었습니다. 
우승 인터뷰가 끝나고 야구장의 감독실로 돌아온 김 감독은 다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는 프로 입문 이후 단 한번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SK 선수시절 한국시리즈를 밟은 것이 유일했습니다. 감독으로는 LG에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최고의 성적이었습니다. 올해는 정규리그 1위를 하면서 우여곡절이 많았고, 한국시리즈도 열세 예상을 딛고 우승을 차지했으니 개인적으로도 감격스러운 첫 우승이었습니다. 너무 좋아서 울고 선수들과 스태프가 고마워서 울었스니다. 앞으로 눈물의 왕자로 불리워도 될 것 같습니다.
김선빈 "아내가 우승을 예견했다" 
KIA가 통산 11번째 우승을 확정짓자 우승을 예견했다는 여러가지 전조들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유격수 김선빈은 아내가 좋은 꿈을 꾸었다고 밝혔습니다. 반지 3개를 손가락에 끼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한 개를 얻었으니 앞으로도 두 개를 더 얻어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김선빈의 아내는 잠실경기 내내 관중석에서 응원전을 펼치며 남편의 멋진 활약을 이끌었습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도 화제였습니다. KIA의 열성팬이 천안의 유명한 점집을 찾아 세 명의 감독 얼굴을 보여주었는데 김기태 감독의 사진을 보고 "울어, 고맙다고 펑펑 울어"라면서 우승을 예견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경기후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주찬의 건배사 "보너스를 위하여"
KIA의 임직원들도 8면 만의 우승을 크게 감격스러워 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1차전에 열린 챔피언스필드를 찾아 응원했고 5차전에서도 빨간색 KIA 점퍼를 입고 관중석에 모습을 드러내 우승을 기다렸습니다. KIA는 우승 직후 서울의 숙소에서 자체 우승 축하식을 가졌습니다. 5차전 야간 경기가 늦게 끝나고 KBO 공식 수상식을 마치고 축하연은 밤 12시가 넘어서야 할 수 있었습니다.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박한우 기아자동차 사장이 축사를 했습니다. 특히 박 사장은 닭띠론을 내세워 3월에 이미 우승을 예견했다고 밝혀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자신, 김기태 감독, 김주찬 주장이 모두 닭띠여서 반드시 우승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건배사에 나선 주장 김주찬은 "보너스를 기대하겠다"며 '보!너!스!' 외쳐 선수들의 환호성을 받았습니다. 특히  /baseball@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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