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 "故김주혁, 마음 아파"...'채비' 고두심X김성균의 진심 어린 추모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10.31 12: 15

 배우 고두심과 김성균이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를 통해 모자(母子) 관계로 분했다. 두 사람은 31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공동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어제(30일) 교통사고를 당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김주혁에 대한 추모의 메시지가 빠지지 않았다.
Q.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고두심: ‘채비’라는 제목부터가 영화의 내용을 알리는 것 같다. 하지만 감독님과 촬영하면서 그것도 맞겠다 싶더라.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면서 마음에 갖는 각오가 채비일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한 발자국 떼는 것도 어떻게 보면 채비다. 채비라는 말이 죽음을 앞둔 사람만을 뜻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시대에 아쉬운 점이 많지 않나. 이 영화를 통해 한 템포 쉬었다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들 때는 굉장히 정성을 들여서 따뜻하게 만들었다. 누구와도 함께 볼 수 있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감도 높은 영화이다.
김성균: ‘채비’가 화려하게 시작했던 건 아니다. 적은 예산으로 출발했는데 좋은 시나리오를 보고 점차 규모를 늘려나갔다. 개봉을 한다고 하니, 새삼스럽고 ‘개봉을 하긴 하는 구나’ 싶다.
Q.어제 갑작스럽게 사망한 김주혁과 개인적 친분이 있나.
고두심: 드라마도 같이 해서 진짜 아들 같은 배우이다. 사실 김무생 선배와도 드라마를 해서 김주혁은 진짜 아들 같다. 그 젊은 나이에 그런 일을 겪어 너무 안타깝다. 보도를 접했는데 심근경색이라는 지병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배우들이 약간 폐쇄적인 사람들이랄까. 가면 무도회도 아닌데 연기 작업 이외에는 대문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한다. 나가면 그 모습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싫어서다. 배우의 인생으로선 어쩔 수 없이 다녀야하지만 그것을 안고 살기엔 버거운 부분이 있다. 저도 그렇다. 그 친구도 그런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가슴을 부여잡았다는데 순간 쇼크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세상에 나와서 할 일을 다 못하고 갔다는 것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
김성균: 오늘 고두심 선배님을 뵙자마자 얘기를 했다. 너무 마음이 아프다. 김주혁 선배와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제가 좋아하던 배우였다.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오늘 인터뷰도 하는 게 맞나 싶어서 영화사 측과 취소하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미 약속된 자리고 행사가 아닌 인터뷰라서 취소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마음이 안 좋다. 좋아했던 선배님이다.
Q. 상반기에는 ‘보안관’으로 웃기더니 하반기 ‘채비’로 울리려고 작정하셨나.
김성균: ‘채비’로도 웃겼으면 좋겠다(웃음). 가족 영화이긴 하지만 상황이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미소 짓게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다. 언론시사 때 다들 울고 계셔서 큰일났다 싶었다(웃음). 그래도 좋게 보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다.
Q. 그동안 영화 출연 안 한 이유는.
고두심: 한 번도 얘기하지 않았던 이야기지만 대형 스크린에 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담는다는 게 공포스러웠다. 김성균씨는 영화를 많이 찍어서 알겠지만 지방 촬영을 많이 해서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다. 보따리를 싸서 한 두 달 나가 있다는 게 싫어서 (어릴 땐)영화를 기피했었다. 방송국은 몇 시간만 갔다오면 되는데(웃음). 또 제가 봤을 때 개인적으로 너무 극적인 작품도 기피했다. 그런 졸렬한 생각 때문에 영화를 기피해왔다. 이제 나이가 들다보니 (배우로서)쓸모가 없어진 듯하다. TV 드라마만 하다가 2~3년에 한 번씩 연극 무대에 서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Q. ‘채비’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는.
고두심: 후배 유선과 드라마 ‘우리 갑순이’를 하고 있었다. 배우들은 보통 작품을 하고 있을 때 다른 작품의 시나리오에 눈이 가지 않는다. 저는 특히 더 그래서 안 보는데, 유선이 계속 ‘선생님 이 영화 하자’고 채근해서 하게 됐다(웃음). 엄마 역할은 내 역할인데 아들은 누가 할지 궁금했고 때 마침 김성균이 한다고 해서 선뜻 하게 됐다. 감독님은 처음 본 이름이었지만, 현장에서 보니 그의 열정을 느껴 정말 잘 만났다 싶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보고 김성균이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꼈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에서 아버지를 소화하는 걸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김성균: 저도 결정적인 출연 이유는 고두심 선생님이 엄마로 나오신다고 해서였다(웃음). 인규 역은 아이돌 출신 남자 배우가 하면 아무리 미운 짓을 하더라도 예쁘게 보이겠구나 싶었다. 근데 내가 인규 역할이라는 말을 듣고 시나리오를 읽다가 두 번이나 내려놨다. 근데 제 아내가 시나리오를 읽고 펑펑 울더라. 왜 우나 싶었는데 정공법이 주는, 기교 없이 주는 감동이 있다고 하더라. 결말을 알고 봐도 슬프다고 하더라.
Q. 이 영화의 장점은.
고두심: 이 영화는 많은 사람이 같이 봐도 모두가 다른 지점에서 운다는 게 독특한 점이다. 같은 지점에서 우는 게 아니라 들쭉날쭉 사람마다 감동 받는 지점이 다르다. 같이 작업한 스태프에게 물어봐도 모두 다른 지점을 좋게 말하더라.
Q. 중년 여배우가 주로 엄마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두심: 여자 배우가 어느 시기만 지나면 다 엄마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좀 빨리 늙은 역할을 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우리는 선택 받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지만, 어린 나이의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니까 중간 나이대 역할도 없고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다. 우리 나이대 배우들도 감성이 충분하다.
Q. ‘맨발의 기봉이’ ‘말아톤’을 안 봤다던데.
김성균: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일상을 찾으려고 했다. 반찬 투정도 하고 입기 싫은 옷도 안 입으려는 모습을 찾았다. 마치 우리 아들 같았다.
Q. 국민 엄마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두심: 엄마 역할은 누구보다 잘 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 우스운 자신감을 가지면서 임하고 있다. 근데 며느리를 못 살게 구는 시어머니 역할은 정말 못 하겠다. 배우로서 비겁하다는 말이 나올지 몰라도 안 될 것 같다. 현역에서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늘 감사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없다.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이루는 것도 아니고 무슨 역을 하고 싶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역할에 내가 다가가는 게 더 빠르다.
Q.연기는 어떻게 하나.
김성균: 선생님을 보고 깨달은 게 배우는 성품이 좋아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고두심 선생님의 연기를 보며 특히 더 그렇게 느꼈다. 제가 배우로서 얼마나 갈지 몰라서 고민을 상담하기도 했다.
고두심: 김성균은 잘한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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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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