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두심이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에서 자신이 맡았던 엄마 애순 캐릭터에 몰입해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두심은 31일 오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자 배우가 어느 시기만 지나면 다 엄마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좀 빨리 늙은 역할을 배우들에게 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며 “배우는 선택을 받는 사람이니 어쩔 수 없지만, 어린 나이의 배우들이 치고 올라오니까 중간(나이대 역할)도 없고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같다. 나이든 배우들도 감성이 충분하다”라는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채비’는 일곱 살 지능에서 멈춘 서른 살 아들을 돌보는 엄마가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딸과 함께 아들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채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이다.
엄마 애순을 맡은 고두심은 이어 “(극중)애순이 창피해서 그런지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을 결혼식장에 안 데려 가더라(눈물). 그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사실 제가 본편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못 봤는데 언론시사회 때 그 장면까지 보면서 울고 있었다. 근데 '기자회견에 가야 된다. 나오라'고 해서 급히 나갔다”고 연기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감정에 사로잡혔다.
아직 엄마 애순으로서 장애 아들 인규에 대한 여운이 남아있던 고두심은 “이렇게 장애가 있는 아들을 두고 가느니 숫제 내 손으로 죽이고 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가 없는데 얘가 살아갈 생각을 하면 너무 끔찍했다”며 “같이 죽으려는 장면은 너무 극적인 것 같기도 한데 일부 편집했다”고 말했다.
11월 9일 개봉.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