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설마했는데,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일각에서는 '캐릭터 붕괴'라며 안타까움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럼에도 '사랑의 온도' 속 김재욱과 양세종의 흡인력 높은 연기 내공을 볼 수 있다는 점만은 위안이 된다.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 속 박정우(김재욱 분)와 온정선(양세종 분)이 이현수(서현진 분)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치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두 남자의 모양새가 좋지만은 않다. 초반의 '설렘' 장착했던 멜로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지금까지 전혀 다른 매력의 두 남자에 마음이 흔들렸던 시청자들의 불만도 이와 함께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지난 방송에서 정우는 현수에게 "그 마음까지 사랑해"라며 끝모를 집착을 드러냈고, 정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도 거침없이 해댔다. 초반 정우는 두 사람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자, 그리고 남자"라고 소개하며 무한 애정을 드러내왔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자신이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넓은 마음을 보여주던, 정말 현실에 있을까 싶은 '완벽남'이었다.
그런데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정우가 사랑과 우정 중에 사랑을 선택하면서 정선과의 관계는 산산히 부서졌다. 방송 말미 정선은 자신이 혐오하던 아버지처럼 정우에게 폭력을 쓰고 말았다. "니가 변할거야"라는 정우의 말이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것.
전혀 마음이 없는 여자에게 '집착' 증세를 보이고 있는 정우나 현실 앞에 제대로 된 해답을 내지 못하고 정우에게 도움을 받아왔던 두 주인공 모두 안타깝기는 마찬가지. 이에 시청자들은 초반 매력적이었던 캐릭터가 붕괴되었다며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그럼에도 '사랑의 온도'를 놓을 수 없는 건 이 두 남자를 연기하고 있는 김재욱과 양세종의 연기가 설득력을 가지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온전히 녹아들어 짠하고 안타깝게 만드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두 배우 모두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두 사람 연기 때문에 본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
양세종은 자신이 믿었던, 그래서 끝까지 의지하고 싶었던 정우의 차가운 변심에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얼굴과 눈빛의 온정선을 깊이감 있게 연기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온정선의 상황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 김재욱은 대사 한 마디, 찰나의 상황에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냈다. 분명 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인물임에도 그가 짓는 표정, 눈빛만으로도 응원하고 싶게 만든다. 캐릭터는 흔들리고 있지만, 이를 표현하는 배우의 연기 내공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실감할 수 있다.
제작진 역시 "두 사람의 연기 대결에 촬영 현장이 숨 죽인듯 조용했다"며 "정선의 정우에 대한 믿음과 애정, 그 만큼의 증오, 아버지의 폭력을 싫어하면서 자신 역시 그 폭력을 행사하는 씁쓸함, 그러나 그 트라우마에서 자유워지는 심정 등을 절묘하게 표현해 낸 양세종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고, 현수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는 정우의 의도적인 뻔뻔함과 그 마음속의 고통이 김재욱의 연기로 현장 모두가 가슴 아파했다"라고 전했다.
그렇기에 이 같은 드라마적인 상황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것. 지금까지 로맨스 못지 않게 '심쿵'한 브로맨스를 완성해왔던 두 사람이기에 산산히 부서진 우정이 마음 아프다는 시청자도 적지 않다. 부디 두 사람이 탄탄히 쌓아올린 감정선이 헛되지 않을 전개가 이어지길 간절히 바라게 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사랑의 온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