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주혁 추모] "평생 거북이걸음 꿈꿔요"..故김주혁이 남긴 말들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7.10.31 11: 09

故김주혁은 천생 배우이자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연기가 아닌 다른 것에는 재미가 없어 고민하고, 내성적인 면모에도 현장 분위기메이커가 되려고 노력했던 사람. 그리고 지금껏 모든 작품 속 캐릭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과장되거나 도드라져 보인 적이 없었던 연기자 김주혁. 그가 인터뷰를 통해 남겼던 여러 말들을 되짚어봤다. 온전한 김주혁은 아닐지라도 그의 단면을 엿보게 하는 의미있는 말들이다.  
"친해지면 애교 떠는 스타일이에요"
내성적인 면모가 있는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촬영 현장에서 주로 분위기메이커를 담당한다는 김주혁이었다. 이는 무겁고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스스로의 노력이다. 일면 차가워보이는 인상이란 말에 "친해지면 애교 떠는 스타일이지"라고 자신의 성격에 대해 웃으며 설명했던 바다.

"무엇이든 '진짜'가 좋다"
김주혁은 '분출'보다는 '흡수'가 어울리는 배우였다. 조금은 진지하게 그의 연기론에 대해 묻자 "자연스럽게,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럽게 할까 고민한다. 과하지 않게, 그렇다고 모자르지도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라는 진중한 대답이 돌아왔다. 
김주혁은 다큐멘터리 광이다. 이유를 묻자 "진짜라서 좋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진짜'에 대한 그의 욕구는 확실했다. 그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은 많다"라며 배우로서 평생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연기로 다큐멘터리 같은 감동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연애, 오히려 더 편하다"
이런 자연스러움에 대한 추구는 연애 스타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내 자신을 포장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예를 들어 가식을 떤다거나, 괜한 무슨 척 같은 것을 잘 못 한다"라는 그는 남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고 포장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뜻하지 않게 열애가 공개되면 사실대로 '쿨하게' 인정하는 편이라며 배우 이유영과의 공개 연애가 더 편하다고 말했다.
"연기 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그는 "연기 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다. 연기 이외에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게 없기 때문에 이 작품이 끝나면 다른 작품을 하면서 에너지를 채워 넣으려고 한다"라고 고민을 토로했던 바다. 배우는 김주혁에게 직업이 아닌 숙명과도 같아 보였다.
"배우가 예능을 한다고 하면 흔쾌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일부 배우들이 예능을 극하게 꺼리는 것과는 반대로 그는 '해피선데이-1박 2일'을 사랑했다. 그는 "1박2일’을 하면서 연기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떤 배우가 예능을 한다고 하면 흔쾌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예능은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라며 예능을 통해 자기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어떻게 행동하는지 화면으로 볼 기회가 있어 ‘1박2일’을 하면서 연기적으로도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예능을 통해 얻은캐릭터인 '구탱이형' 역시 지우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흥행? '돈 번다'가 아닌 스태프들이 고생한 보상"
오랜 시간 다양한 작품을 한 배우인 만큼 매번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김주혁은 흥행을 소망했다. 이에 대해 그는 "돈을 번다는 차원이 아니라 연기자, 스태프들이 고생한 만큼 관객들이 봐줬으면 하는 거다. 재미가 있든, 없든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면 너무 허무하지 않나. 욕을 하던 칭찬을 하던 관객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보람이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에서 고생한 스태프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배우였다.  
"연기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
최근 드라마 '아르곤'과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을 선보인 김주혁은 연기의 재미에 푹 빠졌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바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움이 상당하다. 그는 "연기가 재미가 있어서 연기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 이제 조금씩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재미가 있다"라며 "더 발전을 할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감을 떨어뜨리고 싶지 않으니까 작품을 계속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평생 거북이 걸음으로 갈 생각"
김주혁은 "꾸준히 간다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다. 내 평생 거북이걸음으로 갈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던 바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묵묵히 제 길을 걸어온 김주혁의 연기관이자 인생관이었다. 그리고 이는 그가 생각하는 '멋진 삶'이었다. 이런 그의 말들은 울림처럼 대중의 마음 속을 파고든다.
드라마 ‘무신’ ‘떼루아’ ‘프라하의 연인’ ‘카이스트’, 영화 ‘비밀은 없다’ ‘뷰티 인사이드’ ‘나의 절친 악당들’ ‘커플즈’ ‘광식이 동생 광태’ ‘싱글즈’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 김주혁은 지난 30일 오후 4시 30분께 서울 삼성동의 한 도로에서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다.
구조된 후 서울 건국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이 없었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오후 6시 30분께 사망했다. 김주혁 측은 정확한 사고와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결정했고, 장례 절차는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nyc@osen.co.kr
[사진] 영화 스틸, 나무엑터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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