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우승구 실종부터 아내의 길몽까지…V11 이모저모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31 06: 31

우승의 순간. 표정과 생각은 제각각이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는 것.
KIA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을 7-6으로 승리했다. 1차전 3-5 패배 후 내리 4연승. KIA가 2009년 이후 8년 만에 우승과 입맞추는 순간이었다.
9회 2사 만루, 마운드에는 2차전 완봉승 투수 양현종이 서있었다. 좀처럼 타격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9번타자 김재호와 승부였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양현종이 던진 초구에 김재호의 방망이가 돌았다. 빗맞은 타구는 백스톱 쪽으로 향했고 포수 김민식이 이를 포착했다. 3루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우승을 직감하며 쏟아진 상황. 공이 김민식의 미트에 꽂히며 KIA의 열한 번째 우승이 확정됐다.

정작 김민식은 이 공을 놓쳤다. 포구 직후 껑충껑충 뛰며 미트와 공을 집어던졌다. 기쁨을 만끽한 뒤 공을 잃은 걸 파악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김민식은 여전히 해맑은 표정으로 "아, 공이 어딨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정신이 없다"라며 미소지었다. 우승구의 수습보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기에 가능했던 얼굴이었다.
정규시즌 타율 3할7푼으로 생애 첫 타격왕에 오른 김선빈. 생애 첫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3할5푼7리(14타수 5안타)로 펄펄 날았다. 김선빈은 경기 후 "1차전 패배 이후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재미있게, 긴장하지 않고 경기하려 했다. 오늘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다.
'특별한 꿈을 꿨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꾸지 않았다. 하지만 아내가 '반지 세 개 끼는 꿈'을 꿨다고 한다"라고 밝혔다. 결혼 반지에 첫 우승 반지까지. 이제 또 한 번의 우승이 이뤄진다면 아내의 꿈은 '예지몽'이 된다.
사령탑의 눈물도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우승 확정 직후 눈시울이 붉어진 채 선수단과 팬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사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인터뷰에서 "눈물이 아니다. 샴페인이 눈에 들어갔다. 아마 눈물로 보였을 거다"라며 짐짓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KIA 팬들은 알고 있다. 김 감독이 10월3일 kt와 정규시즌 최종전서 자력 우승을 확정한 뒤 붉은 눈시울로 "선수들이 너무 예쁘다"라며 감격한 것을. 카리스마 넘치는 김기태 감독의 반전 매력이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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