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인내+투자' 타이거즈는 이렇게 강팀이 되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31 06: 10

드디어 쓸 수 있는 문장. 타이거즈는 이렇게 다시 강팀이 되었다. KIA가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컵과 입맞췄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을 7-6으로 승리했다. 1차전 3-5 분패 이후 내리 4연승. KIA는 2009년 SK와 한국시리즈 이후 8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2009년, KIA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직전 시즌 6위에 그쳤던 데다 주목할 만한 '리그 대표 스타'가 많지 않았음에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SK와 한국시리즈서도 7차전 혈투 끝에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달성했다. 통산 열 번째 우승이자 1997년 이후 마지막 우승. 아홉 수를 깨는 데 꼬박 12년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타이거즈 왕조 재현은 없었다. KIA는 2010년 5위로 4강에 들지 못했다. 2011년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릎. 이후 2014년까지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했다. 2013년 시즌 초, 순항했으나 공교롭게도 '타어강(타이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됐나)'의 저주에 빠지며 급격한 내리막을 탔다.
2014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KIA 감독을 향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김 감독의 리더십이야 LG에서 검증을 마쳤지만 팀 사정이 엉망이었다. 2014시즌 종료 후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이 팀을 한 번에 빠져나갔고 마땅한 수혈은 없었다.
김기태 KIA 감독은 묵묵히 리빌딩의 길을 걸었다. 주목받지 않던 신인들을 과감히 기용했고 마침내 지난해 5위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비록 LG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서 1승1패로 탈락했지만 하위권을 전전하리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그리고 올해, KIA는 과감한 투자로 대권 도전에 나섰다. FA(프리에이전트) 최형우에게 100억 원을 통크게 안겨주며 4번타자 고민을 대번에 해소했다. 외인 역시 지난해 믿음직했던 헥터 노에시만 남겨두고 팻딘과 로저 버나디나를 데려왔다. 외인 투자에만 345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양강'정도로만 꼽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한 두산이 올해까지 우승하며 '왕조'를 만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대항마 1순위는 단연 KIA였지만 우승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았다.
KIA는 모두의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었다. 시즌 초부터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켜냈다. KIA는 4월 12일 잠실 두산전 승리로 롯데, kt와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4월 14일 광주 넥센전까지 쓸어담으며 단독 선두. 공동 선두를 두 차례 허용했고 시즌 최종전 직전까지도 우승을 확정짓지 못했다. 하지만 10월 3일 kt와 정규시즌 최종전 완승으로 자력 우승을 따냈다.
두산과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을 때도 막강한 우세 예상은 없었다. 두산이 NC와 플레이오프에서 '미친 타격감'을 자랑한 반면 KIA는 21일간 휴식으로 경기 감각 저하가 우려됐다. 실제로 1차전을 3-5로 패했을 때만 해도 예상이 들어맞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다소 싱거웠다. 2차전 '대투수' 양현종의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바꾼 뒤 4연승을 달렸다. 다소 싱겁게 느껴질 정도로 KIA는 강력했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 KIA가 정규시즌에 올랐던 건 올 한 해 두산보다 더 강했기 때문이다.
타이거즈는 이렇게 다시 강팀이 됐다. 올해 발굴한 새얼굴들은 이듬해 희망까지 밝혔다. 지속 가능한 강팀. KIA가 바라던 밑그림에 스케치가 끝났다.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