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복덩이’ KIA 이적 3인방의 해피엔딩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31 06: 10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KIA 리드오프 이명기는 30일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뒤 시즌 전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당연히 그랬다. 이명기는 2017년이 시작될 당시까지만 해도 SK 소속이었다. KIA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정상 무대에 설 것이라 예상한 점쟁이가 있었다면, 차라리 비웃음을 받았을 터였다.
KIA에는 이런 선수 두 명이 더 있다. 이명기와 함께 4월 트레이드 당시 KIA 유니폼을 입은 포수 김민식, 그리고 7월 트레이드 때 KIA로 이적한 마무리 김세현이다. 세 선수는 KIA의 가려운 곳을 화끈하게 긁으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다.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모두 좋은 활약을 펼치며 마지막에 웃었다.

이명기는 5경기에서 타율 3할6푼4리를 기록하며 리드오프 몫을 충실히 해냈다. 3차전에서는 결승타를 치기도 했다. 5차전의 결승 득점 또한 이명기의 발에서 나왔다. 김민식은 타율은 1할6푼7리로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주전 포수로 팀 마운드를 이끌었다. “줄 점수는 준다”는 공격적인 리드가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세현은 수호신이었다. 4경기에 나가 4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트레이드까지 끼어 더 정신없었던 2017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로 마감됐다. 세 선수도 감회가 남달랐다. 이명기는 “트레이드 당시에서는 1군에서 뛸 수 있을지, 없을지가 문제였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잘 했고, 팀도 우승을 했다. 비시즌 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이 좋은 1년 마무리로 이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자신의 타격 재능이 다시 확실하게 증명한 만큼 내년에도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식은 우승 피날레를 장식한 포수가 됐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포수도 김민식이었다. 경기 전 이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던 김민식은 “마지막에 뜬공이 정말 안 떨어지더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너무 정신이 없어 우승구도 그냥 그라운드에 던져버렸다”고 껄껄 웃었다. 젊은 군필 포수인 만큼 앞으로도 탄탄대로가 예상된다는 평가다.
앞선 두 선수와 마찬가지로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세현도 “기분이 좋다. 그 이상으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준비 과정이 다소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는 했지만 우승이 주는 성취감에 피로가 싹 날아갔다. 마무리투수로서 마지막을 장식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현종이한테 양보하겠다”라면서도 “다음에 하겠다”고 정상 사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굴러온 복덩이 3인방의 해피엔딩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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