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 공인구 탓? 이상기온? 역대 WS 최다 홈런쇼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10.31 05: 50

 분명 뭔가 의심스러운 정황은 보인다. 타구가 떴다 하면 펜스 너머로 뻗어간다.
2017 월드시리즈가 홈런시리즈가 되고 있다. 5차전까지 22방의 홈런이 나왔다. 경기 당 4.4개. 역대 월드시리즈 최다 홈런 신기록을 이미 세웠다. 2002년 월드시리즈 21홈런(7경기)를 넘어섰다. 
미친 듯한 홈런쇼를 두고 시리즈 초반에는 LA 지역의 이상 기온이 언급되다가 월드시리즈 공인구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1차전 3-1 스코어는 모두 홈런으로 나왔다. 휴스턴이 솔로, 다저스는 솔로와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1차전이 끝난 후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는 피홈런에 대해 "오늘 밤 너무 더웠다. 그게 내가 홈런을 허용한 이유다 . 상대 카이클의 피홈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당시 다저스타디움은 섭씨 39.4도(화씨 103도)였다. 이상 고온이었다.
결승 홈런을 친 터너는 "만약 오늘 밤 기온이 화씨 10도(섭씨 5.6도) 정도 낮았더라면, 내 홈런은 좌익수 평범한 뜬공이 될 타구였다"고 말했다. 야구 물리학에서 기온이 섭씨 5도 정도 올라가면 타구 비거리가 1.2m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터너의 말이 농담만은 아니다.
2차전이 열린 다저스타디움 기온은 화씨 93도(섭씨 33.8도)로 전날 보다 화씨 10도(섭씨 5.6도) 떨어졌다. 하지만 터너의 말처럼 되지 않았다.
기온이 떨어졌음에도 2차전에선 전날 보다 홈런이 더 폭발했다. 휴스턴과 다저스 타자들은 홈런 4방을 주고 받았다. 휴스턴의 마윈 곤잘레스가 9회 다저스 마무리 켄리 잰슨으로부터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는데, 펜스를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긴 했다. 다저스타디움의 외야 펜스와 관중석 사이 공간에 떨어지는, 비거리가 짧은 홈런이 절반 가량 됐다. 따뜻한 기온의 영향을 약간 받았을 수 있다.
# 2017 월드시리즈 홈런쇼
1차전 휴스턴 1개(브레그먼 1점) 
         다저스 2개(테일러 1점, 터너 2점)
2차전 휴스턴 4개(곤잘레스 1점, 알투베 1점, 코레아 1점, 스프링어 2점) 
         다저스 4개(피더슨 1점, 시거 2점, 푸이그 1점, 컬버슨 1점)
3차전 휴스턴 1개(구리엘 1점)
4차전 휴스턴 2개(스프링어 1점, 브레그먼 1점) 
         다저스 1개(피더슨 3점)
5차전 휴스턴 5개(구리엘 3점, 알투베 3점, 스프링어 1점, 코레아 2점, 매켄 1점) 
         다저스 2개(벨린저 3점, 푸이그 2점),
5차전을 앞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의 스포츠매체 SI(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월드시리즈 공인구 문제를 언급했다.
SI는 다저스와 휴스턴의 투수 코치, 투수들의 멘트를 통해 "월드시리즈 공인구가 정규시즌 때보다 미끄럽다. 슬라이더를 던지는 데 특히 애를 먹는다"는 주장을 전했다. 휴스턴의 투수 랜스 매컬러스는 눈을 감고도 월드시리즈 공인구와 시즌 때 공인구를 구별해 냈다. 저스틴 벌랜더(휴스턴), 다르빗슈 유(다저스)는 "월드시리즈 공인구로 슬라이더를 던지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다르빗슈, 켄 자일스(휴스턴)는 월드시리즈에서 난타를 당했다.
SI는 정규시즌 공인구와 월드시리즈 공인구를 비교했는데, 눈으로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공교롭게 5차전, 다시 역대급 홈런 파티가 열렸다. 휴스턴은 이날 홈런 5방을 터뜨렸고, 다저스도 홈런 2개를 쏘아올렸다.
4회말 휴스턴의 율리에스키 구리엘가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트리자, 5회 다저스의 코디 벨린저가 스리런 홈런으로 응수했다. 5회말 휴스턴의 호세 알투베가 다시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휴스턴은 7회말 조지 스프링어의 솔로 홈런, 카를로스 코레아의 투런 홈런이 터졌다. 8회말에도 브라이언 매켄의 솔로 홈런이 이어졌다. 다저스는 9회초 야시엘 푸이그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12-12 동점에 성공했다. 휴스턴의 연장 10회 알렉스 브레그먼의 끝내기 안타로 승부는 끝났다.
홈런 폭죽 속에 다저스의 커쇼는 단일 포스트시즌 8피홈런으로 역대 최다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올해 포스트시즌 5경기에서 4방-1방-1방-1방-1방을 허용했다. 
공인구 의혹에 대해 MLB 사무국은 "월드시리즈 공인구는 정규 시즌 공인구와 동일하게 제조됐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월드시리즈 공인구는 금색 잉크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물증은 없지만, 월드시리즈를 치르는 양 팀 선수단은 공인구에 문제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 의심은 역대급 홈런 기록이 뒷받침하고 있다. /orange@osen.co.kr
[사진 아래] SI가 소개한 정규시즌 공인구(왼쪽)과 월드시리즈 공인구.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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