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인생역전, 배팅볼 투수에서 감독 되기까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0.31 10: 09

배팅볼 투수 출신이 프로야구 감독까지 올랐다. 입지전적인 인물의 주인공은 한용덕(52) 한화 신임 감독이다. 
31일 한화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한용덕(52) 감독이 인생역전 드라마를 썼다. 배팅볼 투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프로야구 감독직까지 오르는 연습생 신화를 쓴 것이다. 이글스에서 선수·코치·감독대행·프런트로 28년간 몸담은 끝에 현장 최고 자리까지 올랐다. 
한용덕 감독은 1985년 1월 왼쪽 무릎 부상을 입은 후 동아대 1학년 때 중퇴하고 야구를 관뒀다. 그의 나이 스무살 때 일이었다. 한용덕 감독은 "야구를 그만둔 뒤 3개월 정도 놀았다. 그런데 마당쇠 스타일이다 보니 노는 게 싫더라. 그때부터 온갖 일을 시작했다"고 기억했다. 

8.5톤 트럭 운전조수로 일했고, 리어카를 끌고 집집마다 전화기 테스트를 하기도 했으며 아예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뒤 야구에 대한 의욕이 솟았고, 천안북일고 시절 은사였던 김영덕 감독이 이끄는 빙그레에 배팅볼 투수로 그라운드 돌아왔다. 1987년의 일이었다. 
3개월 동안 배팅볼 투수로 가능성을 보였고, 연습생으로 1988년 빙그레 유니폼을 입었다. 3년차가 된 1990년 시즌을 앞두고 일본 전지훈련에서 일본인 인스트럭터 지도를 받은 뒤 A급 투수 올라섰다. 1990년 13승을 올렸고, 1991년 17승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3년 10승, 1994년 16승으로 꾸준히 활약했지만 1994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에 발목이 잡혔다. 한 감독은 "젊은 나이에 객기를 부렸다. 가족들이 모두 다칠 정도로 큰 사고였다. 이후 내리막길을 탔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이후에도 10년간 선수 생활을 더한 한 감독은 통산 482경기 120승118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 기록한 뒤 은퇴했다. 2080이닝과 1341탈삼진에 완봉 16경기, 완투 60경기. 역대 통산 이닝 5위, 탈삼진 9위, 승리 16위, 완투 공동 11위, 완봉승 공동 7위에 올라있다. 포기하지 않고 야구에 매달렸고, 역대 통산 기록 곳곳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남겼다. 
2004년을 끝으로 선수 은퇴한 뒤 구단 스카우트를 거치며 2006년부터 투수코치로 1·2군·재활군을 끊임없이 오갔다. 2012년에는 수석코치를 거쳐 감독대행까지 올랐다. 감독대행에서 물러난 뒤 미국 LA 다저스 마이너리그 연수를 다녀왔고, 단장 특별보좌로 프런트도 경험했다. 최근 3년은 한화 울타리를 벗어났지만 두산에서 수석코치 겸 투수코치로 2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한용덕 감독은 "난 선수 시절 바닥에서 시작했다. 코치로도 1~2군 등을 수시로 옮겨 다니면서 굴곡이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고난의 행보가 그를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선수 시절에는 앞만 보고 달렸지만 지도자가 돼 여러 선수들의 상대하며 마음을 어루만지고 품었다. 온화하며 부드럽지만, 때로는 냉정한 결정과 소신 있는 주장으로 카리스마를 더했다. 
한화는 오랜 기간 함께한 한 감독의 능력을 주목했다. 앞서 2번의 감독 선임 때도 구단에선 외부 영입이 아니라 한 감독을 밀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감독에게 1군 사령탑 기회가 왔다. 인고의 세월에 거친 풍파를 온몸으로 맞서온 한용덕 감독이 무너진 한화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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