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무용담 만들고 싶다" 이명기, 할 말 많아진 2017년 가을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10.30 22: 41

"선배들에게 우승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귀로만 듣던 가을야구의 전설을 이명기(31·KIA)가 직접 썼다.
이명기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1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지난 2006년 SK 와이번스에 입단한 이명기에게는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가 없다. SK가 2007년, 2008년, 2010년 세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지만, 당시 주전이 아니었던 만큼, 가을야구 무대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명기는 우승에 대한 열망만큼은 누구보다 강력했다.

올해 이명기는 야구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지난 4월 트레이드로 KIA로 둥지를 옮겼고, 꾸준히 리드오프로 기회를 받은 그는 정규시즌 115경기에서 타율 3할3푼2리로 팀의 주축 선수로 거듭났다.
KIA는 정규시즌 1위에 올랐고, 이명기도 데뷔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게 됐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이명기는 “SK에 있을 때 선배들한테서 ‘우리 때는’으로 시작하는 우승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에 꼭 우승해서 나도 후배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무용담을 만들고 싶다”며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보였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리드오프 역할을 한 이명기는 1차전에서 5타수 1안타, 2차전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1승 1패로 맞선 3차전에서는 2루타 두 방을 날리면서 시리즈 분수령에서 팀을 유리한 고지로 이끌었다.
4차전에서도 안타를 한 개 때려낸 이명기는 5차전 3안타로 팀의 우승을 안겼다. 특히 투지의 주루 하나는 우승 축포를 부르는 홈런을 불러냈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명기는 우전안타를 뽑아내며 공격의 포문을 열었다. 비록 후속타가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명기로서는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3회초 다시 선두타자로 들어섰다. 이명기는 니퍼트를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쳤다. 다소 깊숙했던 타구에 이명기는 1루로 전력 질주를 했고, 간발의 차로 세이프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명기의 전력 질주로 막은 아웃 하나의 효과는 컸다. 이후 김주찬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된 가운데, 버나디나가 적시타를 날렸고 이명기는 팀의 선취 득점을 올렸다. 이후 최형우의 안타와 나지완의 몸 맞는 공이 나온 가운데, 안치홍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2사 만루 상황. 결국 이날 경기 전까지 8푼3리로 침묵하고 있던 이범호가 만루 홈런을 날리면서 일찌감치 승부에 못을 박았다.
이명기는 6-0으로 앞선 6회 주자 1루 상황에서도 적시타를 날렸고, 결국 이날 3안타 경기를 펼치며 팀 승리의 숨은 주인공이 됐다. 동시에 "무용담을 만들고 싶다"던 이명기도 후배들 앞에서 2017년의 가을은 누구보다 할 말이 많아지게 됐다. / bellstop@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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