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뒤늦은 분전' 양의지, 악몽의 한국시리즈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30 22: 41

2016년 한국시리즈 최고의 선수는 양의지(30·두산)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17년에는 그 위용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양의지로서는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악몽의 한국시리즈였다.
두산은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초반부터 상대의 기세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6-7으로 졌다. 상대 선발 헥터 노에시에 6회까지 무득점으로 끌려가며 주도권을 내줬고, 믿었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3회 이범호에게 만루 홈런을 맞는 등 5⅓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다. 7회 6점을 내며 끈질기게 추격했으나 1점이 모자랐다. 이로써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 꿈도 좌절됐다.
정규시즌 2위를 기록했던 두산은 NC와의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통과했다. 어마어마한 타선의 힘이 돋보였다.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둘 때까지만 해도 한국시리즈 3연패 전선은 밝아보였다. 하지만 그 후로는 거짓말처럼 타선이 침묵하기 시작했고, 공·수 모두에서 균열의 조짐이 보인 끝에 둑이 무너졌다. 그 중심에는 양의지가 있었다.

양의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정상급 포수이자, 두산의 기둥이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 들어서는 공·수 모두에서 부진했다. 플레이오프 시작 때까지만 해도 타격감이 나쁘지 않았지만, 허리 부상을 당한 뒤 방망이가 무뎌졌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2차전에서의 런다운 플레이 미스, 5차전에서는 6회 홈에서의 포구 미스 등 잔실수가 자주 나왔다. 양의지답지 않은 모습의 연속이었다.
특히 타격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양의지는 1차전부터 4차전까지 13타수에서 안타가 단 하나도 없었다. 볼넷도 없어 아예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다. 삼진은 5개나 됐다.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나기는 했지만 4차전에서는 잘 맞은 타구 2개가 호수비에 걸리는 등 운도 없었다. 5차전 첫 타석에서는 1사 2,3루 기회에서 포수 파울 플라이에 그치며 선취점 기회를 놓쳤다.
역대 한국시리즈(단일시즌 기준)에서 첫 14번의 타수에서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한 선수는 양의지가 처음이었다. 2008년 박경완(SK)이 16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2차전에서 볼넷이 있어 한 번도 출루를 못한 것은 아니었다. 1997년 동봉철(LG)이나 2016년 박석민(NC)도 안타가 없었던 선수지만 역시 사사구는 몇 차례 있었다.
양의지는 5회 두 번째 타석에서 깔끔한 좌전안타를 치며 뒤늦게 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다. 7회에도 좌익수 옆에 떨어지는 안타로 시리즈 첫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16타수 2안타라는 최종 성적 자체가 전례를 찾기 힘든 극심한 부진이었다. 양의지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더 걸맞지 않았다. 양의지는 마지막 안타를 끝으로 대주자 박세혁과 교체, 올 시즌을 마감했다.
양의지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영웅적인 활약을 뽐냈다. 노련한 투수리드는 물론 4경기에서 타율 4할3푼8리, 1홈런, 4타점, 장타율 0.813을 기록하며 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견의 여지없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다. 하지만 1년 뒤 성적은 정반대였다. 두산은 결국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무너졌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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