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타짜 잠재운 초짜들의 잔치…우려는 기우였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10.30 22: 41

타이거즈의 이름 아래,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초짜들의 심장은 타짜들의 경험을 이겨낼 정도로 뜨거웠다.
KIA 타이거즈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의 5차전에서 7-6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IA는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지난 2009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전신인 해태시절까지 포함해 11번째 왕관을 차지했다.
KIA는 탄탄한 선발 마운드와 막강 타선의 힘으로 손쉽게 1위를 확정짓는 것으로 모두가 예상했다. 시즌 초중반 위기의 순간에도 1위 자리를 쉽게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1위를 쉽게 결정짓지 못했다. 6연패 수렁에 빠졌고, 그 사이 두산이 무섭게 추격했다. 결국 정규시즌 최종전에서야 KIA는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고,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이라는 결과물을 얻었지만, 시즌 후반의 불안감은 한국시리즈까지 연결됐다. 최종전 이후 3주의 꿀맛 같은 휴식과 재조정 기간을 거쳤지만,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를 씻어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한국시리즈 상대가 한국시리즈 2연패에 빛나고 포스트시즌은 물론 한국시리즈 경험까지 풍부한 두산으로 결정이 되면서 그 우려는 심화됐다. 두산 선수들의 경험과 여유, 단기전에서의 임기응변은 KIA의 그것에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우승 DNA’를 갖춘 팀은 두산이었다. 두산 선수단은 타짜로 진화한 상태로 3년 째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반면, KIA는 정규시즌 1위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선수단은 ‘초짜’에 불과했다.
30명 엔트리 가운데 KIA 소속으로 한국시리즈를 경험했던 선수는 나지완과 안치홍, 양현종, 그리고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던 임창용, 총 4명에 불과했다. 최형우는 삼성 소속으로 숱한 한국시리즈를 치러봤기에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 외의 선수들은 한국시리즈에서의 기억이 희미하거나 전무했다. 베테랑인 이범호는 한화 소속이던 지난 2006년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뒤 11년 만의 한국시리즈 무대였고, 주장인 김주찬은 올해가 첫 한국시리즈였다. 두산을 상대하면서도 자신들을 엄습할 낯선 무대, 경험 부족과도 싸워야 했다.
그러나 3주 동안 비축한 힘, 정규시즌 1위라는 자신감, 그리고 통산 10번 우승을 차지한 타이거즈의 일원이라는 프라이드와 DNA가 ‘초짜’들에 스며들며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1차전에서는 경기 감각과 타격감을 찾지 못하고 3-5로 패한 KIA였다. 하지만 2차전, 2009년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6.14에 머물렀던 양현종이 9이닝 122구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 전율의 완봉 역투로 1-0 신승을 이끌었다, 양현종의 에이스 역투와 함께, 배터리 호흡을 맞췄던 한승택과 김민식 역시 환상의 호흡으로 에이스의 충실한 보좌관 역할을 해냈다. 한승택은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가 가을야구 경험의 전부였고, 김민식은 첫 가을야구 경험이 올해 한국시리즈였다.
그리고 3차전부터 KIA는 완벽히 제 페이스를 찾았다. 초짜들은 겁 없이 타짜들에 덤벼들었고, 경험 부족은 패기로 극복했다. 이명기는 결승타 포함해 2루타 2방을 터뜨리며 긴장감을 풀어냈다. 이 경기에서는 김선빈 역시 멀티 히트를 뽑아냈고, 안치홍 역시 멀티 히트 2타점, 그리고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의 데자뷰처럼 나지완이 이 경기에서 같은 코스의 쐐기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아울러 투수진에서는 심동섭과 김세현이 뒷문을 확실하게 틀어막고 시리즈 기선을 제압했다.
4차전은 ‘초짜’들이 밀고 당긴 경기였다. 생애 첫 가을야구 등판을 맞이한 임기영이 5⅔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겁 없이 두산을 상대했고, 뒤이은 김윤동 역시 1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첫 한국시리즈 등판을 홀드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김세현이 2경기 연속 철벽 마무리를 해냈다.
대망의 5차전, KIA는 기세를 그대로 이었다. 시리즈 내내 맹타를 휘두른 버나디나가 결승타를 기록했고 한국시리즈 13타수 1안타에 그쳤던 이범호가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홈런을 그랜드슬램으로 장식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그리고 위기의 순간 김윤동이 그 위기를 틀어막으며 우승의 버팀목이 됐다. 
한국시리즈를 처음 치렀던 이들은 빠르게 긴장감을 털어내면서 큰 무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결국 KIA는 자신들의 야구를 온전히 펼칠 수 있게 됐고,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는 사라졌다. KIA에 V11은 당연하게 찾아왔다. /jhrae@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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