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독한 승부사' 김기태 동행 리더십의 해피엔딩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30 22: 40

동행이 빚은 우승이었다. 김기태 KIA 감독의 '동행 리더십'이 단기전에서 힘을 발휘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을 7-6으로 승리했다. KIA는 1차전 3-5 분패 이후 내리 4연승을 달리며 한국시리즈 트로피와 입맞췄다. 2009년 이후 8년만의 우승.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빛난 시즌이었다. 2014시즌 종료 후 KIA 사령탑을 잡은 김기태 감독에게 3년 계약을 안겼다. 그러나 팀 사정은 처참했다. '키스톤 콤비' 안치홍과 김선빈이 동시에 팀을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지난해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양강 체제로 두산을 위협할 만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김 감독의 리더십에 아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차츰 늘었다.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그 시작이었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타자 교체를 단행했다. 2014시즌부터 3년간 367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 61홈런, 253타점을 기록했던 브렛 필과 작별한 뒤 버나디나를 데려왔다.
과감했던 선택이었다. 물론 필이 '엄청난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지만 평균만큼은 해줬던 타자다. 외국인 타자의 적응이 시즌을 좌우할 변수인 만큼, KIA의 과감함이 낳을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버나디나는 4월까지 2할대 중반 타율에 허덕였다. 다소 이른 시점에 교체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김기태 KIA 감독은 버나디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결국 버나디나는 5월 중순부터 서서히 살아났다.
김주찬의 부진 때도 반응은 비슷했다. 김주찬은 5월 19일 광주 두산전까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그때까지 김주찬은 39경기서 타율 1할7푼(141타수 24안타), 2홈런, 13타점, 17득점을 기록했다. 그 시점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 중 타율이 가장 낮았다. 김주찬을 제외한 54명의 타자 모두 적어도 타율 2할은 넘겼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의 믿음 아래 꾸준히 경기에 나섰고 결국 122경기 타율 3할9리, 12홈런, 70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랬다. 3차전까지 KIA의 '베테랑' 김주찬과 이범호는 영 힘을 쓰지 못했다. 김주찬은 3경기서 타율 1할1푼1리(9타수 1안타), 이범호는 11타석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럼에도 김기태 감독은 "앞선 3경기는 지나간 것이다. 오늘 다시 4타석을 투자하는 셈이다. 김주찬은 2차전 결승 득점 때 발로 큰 걸 해줬다. 이범호도 3차전서 결정적인 볼넷을 얻었다. 원체 경험 많은 선수들이다. 앞선 3경기보다 더 나을 것이다"라고 믿음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선수들이 응답했다. 4차전서 1안타를 때려내며 타격감을 조율한 이범호는 5차전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으로 펄펄날았다. 이범호는 마음의 짐을 털어낸 듯한 표정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김주찬도 희생번트 두 개로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5차전 승부의 분수령에서 독한 승부를 걸었다. 7-6으로 쫓긴 9회말 양현종을 소방수로 올렸다. 양현종은 볼넷과 내야수 실책으로 만루 역전 위기에 몰렸지만 두 타자를 모두 범타로 요리하고 감독의 승부수에 응답했다. 독한 승부사로 변신한 것이다.  
"선수들이 들으면 그 얘기를 사기가 꺾일 수 있으니까…". 김기태 감독의 입버릇이다. 부진하거나 실수를 저지른 선수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김 감독은 즉답을 피한다. 대답을 하더라도 최대한 에둘러 표현한다. '선수들이 기사를 통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의 발로다.
동행의 결과는 우승. 그 해피엔딩에 KIA팬 모두가 미소짓고 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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