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V11] '완봉+세이브' 양현종, KIA V11의 시작과 끝이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10.30 22: 40

KIA 우승의 시작이자 끝. 마침표와 느낌표를 모두 찍은 건 '대투수' 양현종(29)이었다.
KIA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두산과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을 7-6으로 승리했다. KIA가 2009년 이후 8년 만에 우승과 입맞추는 순간이었다.
1패 후 4연승. 2차전 승리가 분수령이었다. 사실 2차전 중반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팽팽했다. 10월 3일 정규시즌 최종전 이후 21일간 휴식을 취한 KIA 타격감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그나마 마운드에서 양현종이 버텨낸 게 든든했다. 양현종은 경기 중반까지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과 홀로 맞섰다. 양현종은 8회 종료 후 3루 측 더그아웃을 가리키며 양 손을 펄럭였다. 팬들은 이에 열광하며 큰 환호를 보냈다.
이 세리머니 하나가 분위기를 바꿨다. KIA는 9회 이날 경기 양 팀 유일한 득점을 올리며 1-0 완봉승을 거뒀다. 비록 속 시원한 적시타는 없었지만 어떻게든 승리했다. KIA는 홈에서 1승1패 균형을 맞춘 채 잠실 원정길에 올랐다.
양현종은 경기 후 "두산 측에 미안하다. 자극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며 "팬들보다는 3루 더그아웃의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평소 세리머니 등 감정 표현을 즐기지 않는 양현종이기에 메시지는 더욱 강렬했다. KIA 관계자 역시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선수가 아니다. 지켜보면서 놀랐다. 양현종이 맞나 싶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김기태 KIA 감독의 반응 역시 비슷하다. 김 감독은 3차전에 앞서 "그런 경기를 또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영광이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달라진 분위기는 광주에서 머물지 않고 잠실에도 유효했다. KIA는 3차전 나지완의 투런포에 선발투수 팻딘의 7이닝 3실점 역투에 힘입어 6-3 진땀승을 거뒀다. 이어 4차전서도 타격 공방 속 5-1 승리했다. 그리고 5차전 완승. 양현종이 등판한 경기부터 4연승을 거둔 셈이다.
마무리도 양현종이었다. KIA는 5차전 7-0으로 앞선 7회 대거 6실점하며 한 점 차까지 쫓겼다. 8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상황. KIA 벤치의 선택은 양현종이었다. 6차전 선발로 내정됐던 양현종이기에 놀라움은 컸다. '어떻게든 5차전에서 끝낸다'는 각오가 엿보인 장면이었다. 양현종은 1이닝 무실점으로 경기를 지켜내며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우승 확정의 순간, 양현종은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다. 젊은 나이에 15승 이상을 언제나 보장할 선수. 양현종의 몸값이 100억 원에 육박할 거라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러나 양현종은 단 1년 계약에 그쳤다. 일본까지 건너가 구단들과 접촉했고, 요코하마 DeNA에게서 2년 6억 엔의 후한 조건까지 받았으나 돌연 국내 잔류를 선언했다. KIA와 수차례 협상 끝에 1년 22억 원에 재계약했다. 예산 편성을 못해 다년 계약과 후한 대우를 해줄 수 없던 KIA. 그렇다고 에이스의 다른 구단 이적을 바라보기도 힘들었다. 양현종의 'KIA부심'이 이끈 결과였다.
양현종은 정규시즌 31경기에 선발등판해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했다.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나란히 다승 공동 선두. 선발투수 둘이 40승을 합작한 것이었다. 정규시즌 초반부터 줄곧 이어진 선두 질주를 이끈 쌍두마차였다.
단기전에서도 그 힘은 사라지지 않았다. 침체 속의 KIA를 깨운 양현종의 날갯짓. 그 결과가 KIA의 열한 번째 우승을 이끌어냈다. /ing@osen.co.kr
[사진] 잠실=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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